알코올중독자 10명 중 6명 "술병 숨겨본 적 있다"

다사랑중앙병원, 알코올질환 입원환자 217명 분석결과

김 모씨는 최근 횡설수설하거나 멍한 모습을 자주 보이는 아내를 병원에 데려갔다.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은 없었지만, 간 수치가 높게 나와 음주 문제가 의심됐다.

김 씨는 평소 아내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으나, 아내가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 혼자서 술을 마시곤 했다고 털어놓자 충격을 받았다.

아내는 술을 끊겠다고 다짐했으나 그 때 뿐이었다.남편과 아내는 술병을 숨기고 찾는 숨바꼭질과 부부싸움을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알코올질환 환자 중에는 술을 숨겨 놓고 마시는 경우가 많다.

다사랑중앙병원은 9월 5일부터 2주간 알코올질환으로 입원한 환자 2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2%(135명)가 '술을 숨긴 적이 있다'고 답했고 77%(168명)가 '술을 몰래 마신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숨어서 술을 마시는 장소는 집이 63%(137명)로 가장 많았다.

술을 숨긴 장소는 장롱·옷장, 냉장고, 책상·서랍장, 싱크대, 화장실, 침대, 베란다, 가방, 차, 직장, 신발장, 주머니 등이 많았고, 화분, 계단, 주차장, 창문 뒤, 우편함, 쇼핑백, 쌀통, 장독대, 공원 등에 숨기는 경우도 있었다.

허성태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혼자 또는 몰래 술을 마시거나 특이한 장소에 술을 숨기는 행동은 알코올중독의 특징 중 하나"라며 "주변 시선을 의식하거나 자신의 행동이 문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술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알코올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특히 술병을 감추는 등 방어적인 행동은 주변 사람들이 환자 상태를 알아차리기 힘들게 만들어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허 원장은 "특히 여성환자들은 사회적인 편견이나 주위 시선 때문에 문제를 감추려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집에서 혼자 몰래 술을 마시기 때문에 함께 사는 가족조차 문제를 알아채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소하더라도 음주 문제가 엿보인다면 가까운 알코올 상담센터나 전문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가족의 잔소리나 걱정이 늘수록 환자가 죄책감이나 후회로 다시 술을 마실 가능성이 크므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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