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비선실세' 최순실 31일 피의자 소환…'국정농단' 조사

미르·K스포츠 등 재단 기금 유용·靑 문건 유출 등 의혹 추궁
靑압수수색 종료 7상자 자료 확보…임의제출 실효성 논란 여전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가 31일 검찰에 출석한다.그가 영국에서 귀국한 지 하루 만이다.

국정농단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31일 오후 3시 최씨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도록 소환 통보했다고 30일 밝혔다.검찰 조사는 ▲ 미르·K스포츠재단 불법 설립 및 기금 유용 ▲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국정농단 의혹 등 두 부분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800억원대 기금 모금에 깊이 개입하고 이들 재단을 사유화했다는 의혹, 개인 회사인 더블루K·비덱코리아 등을 통해 기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교육부가 특별감사에 착수한 딸 정유라(20)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도 들여다볼 가능성이 있다.최씨는 딸의 입시 관련 자료를 미리 받아보고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의 국방·외교·경제·대북 관련 기밀 문건을 사전 열람하는 등 국정농단 의혹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이달 2일 대국민 사과에서 "최씨는 과거 어려울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홍보 분야에서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최씨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심경 표현을 도와달라고 해서 도왔다.

마음을 잘 아니까 심경 고백에 대해 도움을 줬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검찰은 최씨의 최측근 '2인방'인 고영태(40)씨와 이성한(45)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을 비롯한 관련자 조사를 통해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할 진술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도 유력한 증거물로 확보했다.

해당 기기 안에는 박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해 약 400여 건의 청와대 문서가 저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의혹이 증폭되던 지난달 3일 독일로 떠나 은둔 생활을 하다가 이날 오전 영국 런던발 항공기 편으로 전격 귀국했다.

그는 귀국하자마자 변호인을 통해 "검찰 수사에 적극 순응하겠으며 있는 그대로 진술하겠다"며 "국민 여러분께 좌절과 허탈감을 가져온 데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29∼30일 이틀에 걸친 청와대 압수수색을 끝냈다.

검찰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의 사무실에 강제 진입하지는 못하고 임의제출 방식으로 7상자 분량의 자료를 확보했다.

전날 압수수색 집행에 반발해 '불승인 사유서'까지 제출한 청와대는 이날 태도를 바꿔 검찰 요청에 비교적 충실히 협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론에 떠밀린 청와대가 낸 자료가 실제 수사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가 압수수색 집행을 막은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많다.

검찰은 이날 최씨를 10년간 보좌했다는 최측근 고영태씨와 정동구(73)·정동춘(55)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 정현식(63) 전 사무총장 등 관련자들을 참고인으로 잇달아 불러 의혹의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검찰에서 최씨가 사실상 재단의 실소유주이며 재단 운영을 기획·총괄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아울러 검찰은 재단 설립·운영 자금을 댄 롯데그룹의 소진세(66)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과 이석환 대외협력단 CSR팀장(상무)을 소환해 전국경제인연합회나 재단측의 강압 모금 의혹을 조사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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