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 "M&A 좌절 딛고, 클라우드 방송으로 승부"

'구원투수'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 경영전략 발표

VR 광고·스마트홈 IoT 등 IPTV 대응 신서비스 발표
'제4이통사' 공동 설립도 검토

"가입자 409만명 케이블 1위…맏형으로 업계 생존 이끌 것"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가 경영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CJ헬로비전 제공
국내 케이블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이 SK텔레콤과의 인수합병(M&A) 추진이 무산된 뒤 처음으로 공식 기자간담회를 하고 중·장기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흐트러진 전열을 정비해 통신사들의 인터넷TV(IPTV)와 정면 승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는 25일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프트플랫폼,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등 케이블 혁신으로 새로운 10년을 열겠다”며 “그룹 도움 없이도 자체 투자나 차입으로 성장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기술력이 성장 승부수”

CJ그룹은 지난 7월 정부 불허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 무산된 뒤 그룹 총괄 부사장이었던 변 대표를 구원투수로 CJ헬로비전에 투입했다. 2008년부터 5년간 CJ헬로비전 대표를 지낸 그는 2012년 재임 시 회사를 상장하고, 2013년 매출 1조원 시대를 여는 등의 성과를 이뤄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변 대표가 이날 공개한 중·장기 성장전략의 초점은 차별화된 기술력에 맞춰져 있다. 그는 “M&A는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며 M&A가 무산됐다고 성장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며 “기존 사업에 차별화된 신기술을 접목하면 재도약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전략으로 소프트플랫폼과 OTT 서비스를 제시했다. 소프트플랫폼은 클라우드 방송을 기반으로 케이블사업 구조를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외부 미디어 사업자가 케이블 플랫폼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오픈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연내 선보일 OTT 서비스인 티빙박스는 셋톱박스만 구비하면 각종 케이블 실시간 방송은 물론 유튜브, 넷플릭스 등 동영상을 골라볼 수 있다. 국내외 콘텐츠 사업자와 제휴해 다양한 영상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변 대표는 “다양한 동영상 서비스 앱(응용프로그램)이 나오면서 시장을 독점적으로 확보하는 게 힘들어졌다”며 “넷플릭스나 지상파 푹(pooq) 서비스를 경쟁자가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동반자로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다른 권역 SO 인수도 검토

CJ헬로비전은 전국 78개 케이블 권역 중 23개 권역에서 방송을 송출하는 케이블 업계 1위 사업자다. 지난 6월 기준 가입자 수는 409만명에 달한다. 업계 맏형으로서 케이블 시장의 재건을 이끌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변 대표는 “케이블 시장 중심에서 이달 초 발표한 ‘원케이블’ 전략에 따라 케이블 업계의 성장을 이끌어나가겠다”고 했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케이블 업계 공동 투자 방식의 제4 이동통신사 설립에 대해선 “어느 한 사업자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전체 케이블 업계 차원에서 그 가능성을 스터디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다른 권역의 케이블사(SO) 인수 가능성도 열어뒀다. 변 대표는 “2000년 양천방송 인수를 시작으로 총 23개 SO를 인수하며 성장해왔다”며 “적절한 시점을 판단해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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