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힐러리측 경선 때 샌더스 공격 전략 이메일 공개

해킹한 힐러리 선대본부장 포데스타의 이메일 닷새동안 3차례 폭로
오바마의 미온적 지지에 실망하는 힐러리 캠프 인사 반응도 담겨
CNN 유명기자 아만포, 클린턴 전 대통령 통해 北 김정일 위원장 인터뷰 시도

폭로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11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선거본부장인 존 포데스타의 이메일을 세 번째로 폭로했다.온라인 글로벌 정치·경제 뉴스 사이트인 제로헤지닷컴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위키리크스는 이날 오전 웹사이트에서 1천190건에 달하는 포데스타의 이메일을 공개했다.

위키리크스는 해킹으로 얻은 포데스타 선대본부장의 이메일 2천60건을 7일 처음 폭로한 뒤 9일 약 2천 건을 추가로 폭로한 바 있다.

이날 3차 공개까지 세상에 알려진 그의 이메일 건수는 총 5천336건에 달한다.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현재 5만 건의 메시지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미국 대선 전 클린턴 후보를 겨냥한 추가 폭로가 있을 것을 예고한 상태다.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벼랑 끝으로 내몬 음담패설 녹음파일과 비교하면 폭로된 이메일에 '폭탄선언'은 없다면서도 클린턴 선거 캠프가 보면 뜨끔할 내용이 적지 않다고 평했다.

아울러 클린턴 선거 캠프의 내밀한 사정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이날 공개된 이메일에서는 민주당 경선 당시 클린턴 후보가 '아웃사이더'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의 돌풍을 잠재우고자 어떤 전략을 수립했는지를 볼 수 있다.

클린턴 후보 측은 지난 2월 15일 이메일에서 켄 살라자르 전 미국 내무부 장관에게 샌더스 상원의원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연방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내무장관을 지낸 살라자르는 지난 8월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출범할 정권인수위 수석위원장에 임명된 측근이다.'샌더스 공격'이라는 또 다른 메일에선 샌더스 의원의 동성 결혼, 총기 정책과 관련한 과거 발언과 태도 등을 주요 타격 포인트로 삼으라는 내용도 있다.

실제 클린턴 후보는 경선 때 동성 결혼에 보수적이면서 총기 사용을 옹호한 샌더스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오랜 클린턴 지지자인 앤디 매너토스는 이메일에서 샌더스의 성공에 매우 놀랐다고 밝힌 뒤 클린턴 후보가 사랑스러운 손주들을 껴안고 이들에게 밥을 먹이며 함께 노는 장면을 노출한다면 유권자들이 그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의회전문지 '힐'의 칼럼니스트인 브렌트 부도스키는 포데스타에게 클린턴 후보가 본선에서 샌더스 지지자들의 표를 획득하려면 샌더스 의원을 공격하지 말고 그의 정책 권유를 수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메일에는 또 오바마 대통령의 미온적인 지지에 실망하는 클린턴 선거 캠프 인사의 반응도 들어있다.

클린턴 후보의 국내 정치 담당 참모인 니라 탠던 미국진보센터(CAP) 소장은 민주당 대선 경선 한 달 후인 3월 12일 포데스타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경선의 2차 분수령인 미니 슈퍼 화요일(3월 15일) 전까지 힐러리를 지지한다는 암시를 줄 수 있을까.

방향만 알려줘도 참 도움이 될 텐데…"라고 썼다.

그는 "아마도 오바마 대통령 측이 그렇게 하길 원치 않겠지만, 이번 선거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포데스타는 답장에서 "발레리를 접촉하는 게 어떠냐"고 조언했다.

백악관 선임 고문인 발레리 자렛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여보라는 뜻에서다.

이에 앞서 위키리크스는 1차 폭로에서 클린턴 후보의 비공개 고액 강연 요약본을 공개했다.

강연에서 클린턴 후보는 자신과 가족이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선거유세 때보다 자유무역 또는 금융업계에 훨씬 친화적인 발언을 했다.

유세와 달리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을 하는 클린턴 후보를 집중적으로 부각해 그의 불신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려는 게 위키리크스의 폭로 의도다.

2차 폭로 이메일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측근인 더그 밴드가 클린턴 부부의 외동딸 첼시를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으로 불렀다는 내용, 미국과 캐나다를 잇는 키스톤 XL 송유관 대처를 놓고 불명확한 태도를 보이던 클린턴 후보가 대책을 세우는 과정 등이 담겼다.

특히 CNN 방송의 유명 종군기자이자 앵커인 크리스티안 아만포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측을 통해 생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추진한 사실도 드러났다.

폴리티코의 정리본에 따르면, 아만포는 2009년 8월 밴드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김 전 위원장과의 인터뷰가 가능한지를 묻고 이를 주선해달라고 요청했다.

밴드는 당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억류된 미국 여기자 두 명의 석방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동행했다.

아만포는 김 위원장 인터뷰 주선의 '대가'로 자신이 새로 맡을 프로그램에 클린턴 전 대통령을 초청하겠다고 제안했다.

포데스타와 클린턴 선거 캠프는 위키리크스의 이메일 폭로에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민주당전국위원회(DNC) 도나 브라질 임시 위원장은 위키리크스의 폭로에 러시아의 '우편 소인'이 찍혔다면서 '사기꾼' 도널드 트럼프의 거짓말이나 유포하고 있다며 비판했다고 러시아 매체 RT가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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