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한계 절감한 與…연말 '가시밭길' 정국 감내해야

우병우 사퇴·사드 배치 공세 더욱 거세질 듯
노동법 등 정부 중점 처리법안 진통 예상

새누리당이 24일 여소야대(與小野大)의 무력감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제20대 국회에서 여당의 과반이 붕괴하면서 의회 상황이 평탄치 않을 것이라는 각오는 했지만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야당의 공조 속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며 고민이 깊어졌다.

지난 국회에서 국무위원에 대한 야당의 해임건의안이 제기됐을 때는 '거여'의 반대에 막히면서 정치적 제스쳐를 넘지는 못했지만 이번에는 힘에서 여지없이 밀린 것이다.

사상 초유의 국무위원 발언을 통한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까지 시도했지만 무위로 끝나면서 여당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구겼다는 지적마저 제기됐다.정진석 원내대표는 해임건의안 상정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이 국회법을 무시하고 비열한 날치기 처리를 했다"면서 "헌정 사상 유례없는 법 위반에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본회의 직후에는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정세균 국회의장과 야당에 대해 규탄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민생과 경제를 챙기라는 준엄한 민심을 정면으로 배신하고, 국민을 모독한 행위"라면서 "해임건의안은 무효이고, 더불어민주당과 정 의장의 행위는 국가적 위기만 가중한 폭거임을 선포한다"고 비판했다.그러면서 "장관 임면권자인 대통령을 흔들고 국정 혼란을 일으키는 정파적 이익만 챙기려 한 위험한 정치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정 원내대표는 해임건의안 통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 사퇴를 표명했다.

이렇게 해임건의안 통과에 강력 반발했지만 이제는 집권여당임에도 불구, 원내 소수당의 한계를 안고 연말 정국을 대비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당장 오는 26일부터 내달 15일까지 시행되는 국정감사가 첫 고비다.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거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조선·해운산업 부실에 대한 원인 규명, 경주 지진에 따른 원자력발전소 정책 재검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노동개혁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현 정부가 중점 처리키로 한 법안들도 줄줄이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또 내년도 예산 통과 역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예산안이 11월30일까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는 국회법 개정안(일명 선진화법)에 따라 지난해까지는 법정처리 시한(12월2일)을 지켰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예결특위 위원장이 야당 소속인 데다 부의된 예산안을 상정할 권한을 갖는 정세균 국회의장 역시 의장 취임 후 중립을 지킨다는 관행에 따라 탈당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다.국회의장은 예산 부수법안을 상정하는 권한도 있어 법률적으로는 의장이 막아설 경우 내년도 예산안은 야당이 반대할 경우 과거처럼 제야의 종 타종 이후에나 처리될 수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현혜란 기자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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