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다 부르겠다"는 야대(野大) 국감

야당 "CEO급 37명 나와라"

5개 상임위서 84명 호출
"기업인 호통 국감 되풀이"
“한·일 축구 경기에서 어디를 응원하느냐.”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한 의원이 던진 질문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실추된 그룹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신 회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국말이 서툰 신 회장을 상대로 1주일 이상 국감 예행연습을 한 롯데 임직원들도 할 말을 잃었다.19대 국회 국감에서 증인으로 나와 5분 미만으로 답변한 증인이 76%였다. 12%는 답변할 기회조차 없었다. 한 기업 대표는 12시간 기다린 끝에 30초간 답변하고 돌아갔다. 의원들은 기업인에게 호통과 막말을 퍼부으며 면박을 주기 일쑤였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5일 국회 연설에서 “바쁜 경제인들을 불러 하루 종일 대기시키고 단 1분도 질의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반성문을 쓴 이유다.

20대 첫 국감에서도 기업인의 무더기 증인 채택이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어 19대와 같은 ‘황당 국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수적 우위를 앞세운 야당 의원들이 기업인 증인 채택을 밀어붙이고 있다. 19일 현재 정무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5개 상임위가 잠정 채택한 국감 증인 중 기업인 증인이 84명이다. 여야가 협상 중인 상임위를 포함하면 기업인 증인은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정무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포함해 30대 그룹의 최고경영자(CEO)급 임원 37명을 부르겠다고 벼르고 있다. 산업위에선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유통업체 대표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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