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이모 3살 조카 왜 죽였나…집안사정 아는 이웃 없었다

경찰 참고인·피의자 진술과 부검 결과로 경위 파악 예정

10일 화가 난다는 이유로 3살 조카를 20대 이모가 목 졸라 살해한 전남 나주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이야기했다.119구급대 출동사이렌에 지상 5층, 2개 동 규모의 아담한 아파트에 흐르던 정적이 깨진 시각은 이날 오후 3시 48분께.
폭염을 피해 그늘에 앉아 부채질하던 노인도, 가게 일을 돌보러 외출준비를 서두르던 주민들도 놀란 가슴으로 조용한 동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관심 기울였다.

조카가 구급대에 의해 실려 나가고 아랫집 이웃에게 현관문 열쇠를 맡기고 떠난 A씨(25·여)가 살인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아파트 주차장에 모여든 주민 사이에서는 술렁임이 퍼졌다.

이날 낮에 주민들에게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은 A씨가 자신이 살해한 조카와 다정하게 손잡고 걸어가는 모습이었다.여러 주민은 평소에도 A씨가 친언니 대신 돌보는 조카의 손을 꼭 붙잡고 다녔다고 말했다.

숨진 아이가 최근 팔뚝에 깁스하고 있었다는 목격담은 있었지만, 이모에게 살해당하는 비극을 맞이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저마다 A씨 가족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았지만, 떠도는 소문과 추측일 뿐 가깝게 왕래하며 지냈다고 밝힌 사람은 없었다.A씨 아랫집에 사는 주민은 "아이가 쿵쾅거리며 뛰어노는 소음은 들렸지만 때리거나 싸우는 듯한 소리가 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사실 그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탐문에 나선 경찰 관계자는 "A씨 집안 사정을 잘 아는 이웃을 찾지 못했다.이 가족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는 주민이 없는 듯하다"고 밝혔다.

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조사를 위해 문을 열었을 때 취재진에게 일부 노출된 A씨 집안 내부는 흐트러짐 없이 정돈된 모습이었다.

자신이 친엄마처럼 돌봤던 조카를 목 졸라 살해한 A씨는 119에 신고전화를 걸고 병원 응급실 앞에서 경찰에 체포되고 난 뒤에도 시종일관 담담함을 유지했다.

경찰 강력범죄수사팀 사무실로 압송되고 나서는 창문 밖으로 모여든 취재진을 발견하자 일말의 동요 없이 느린 움직임으로 모자를 눌러쓰고 검정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A씨는 경찰에 체포되고 나서 "분노조절 장애가 조금 있는데 그런 부분으로 화가 좀 났고 (조카의) 목을 조르는 과정이 있었다"는 진술만 남겼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가족관계와 사건 경위 등 밝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참고인 진술과 현장감식 결과를 토대로 A씨 심경 변화를 유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시신에서 발견된 다수의 멍 자국과 사인을 가려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은 11일 진행될 예정이다.

(나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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