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오너家 탈세의혹' 비상…"신동빈은 무관"

지난 6월 이후 두 달 가까이 강도 높은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 오너가(家)에 '설상가상'격으로 증여세 고의 탈세 의혹까지 더해졌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사실혼 관계인 미스롯데 출신 서미경(56)씨와 그의 딸에게 한·일 롯데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편법으로 넘겨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의혹이다.롯데그룹은 일단 "사실관계 확인 자체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신동빈 회장의 롯데 홀딩스 지분에 대해서는 "롯데의 창업 당시부터 확보된 것으로 증여세 탈세 의혹과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신 총괄회장이 자신의 홀딩스 지분을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서 씨와 서 씨의 딸, 이미 구속된 맏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증여하면서 증여·양도세 등 세금을 전혀 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검찰은 신 총괄회장과 롯데가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 개설한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을 동원, 복잡한 지분 거래를 통해 탈세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탈세 규모는 '6천억원'으로 알려졌으나, 탈세가 사실이라고해도 사실상 현 시점에서 정확한 탈세액을 추산하기는 쉽지 않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현재 비상장 상태이고, 거래도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정밀한 가치 산정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만약 6천억원이 탈루 세액 규모를 말한다면, 최고 증여세율(50%)을 기준으로 과세 대상이 되는 증여 규모는 약 1조2천억원으로 추산된다.

현재 서미경씨와 딸, 신영자 이사장의 홀딩스 지분율은 약 6.4%인데, 6.4% 지분이 모두 2005~2010년 사이 편법 증여됐고 그 가치가 1조2천억원이라면 홀딩스 전체(100%)의 현재 지분 가치를 18조~19조원 정도로 잡은 셈이다.

6천억원이 탈세 규모가 아니라 과세 대상액 자체로 거론됐을 가능성도 있다.이 경우 증여 지분율(6.4%)을 고려할 때 전체 홀딩스 지분 가치는 9조3천750억원 정도가 된다.

이는 앞서 지난 2월 홀딩스 주총을 앞두고 장남 신동주 전 홀딩스 부회장이 종업원지주회를 '주식 배분'으로 회유하면서 제시한 롯데홀딩스 상장 시 전체 주식 가치(1조1천억엔, 약 11조원)와 큰 차이가 없다.

홀딩스 한 주를 약 25만엔, 우리돈으로 250만원 정도로 계산한 결과다.

재계 일각에서는 "서 씨 모녀와 신영자 이사장 지분이 편법 증여된 것이라면, 장·차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지분도 마찬가지 아니겠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칼 끝이 이제는 신동주ㆍ동빈 형제의 증여세 탈루 가능성으로 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신동주 전 부회장은 1.6%, 신 회장은 1.4% 정도의 홀딩스 지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지분은 이번 수사에서 검찰이 제기한 의혹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서도 신 회장의 홀딩스 지분은 문제가 없다고 확인된 것으로 안다"며 "신 회장의 홀딩스 지분은 1940~1950년대 일본 롯데 창업 무렵부터 정상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2005~2010년 사이 지분 증여세 논란 등과는 전혀 상관 없다"고 말했다.

현 롯데홀딩스, 전체 롯데그룹의 '뿌리'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1948년 6월 자본금 100만엔, 종업원 10명으로 설립한 주식회사 '롯데'이다.

롯데측 설명대로라면 이 ㈜롯데 설립 직후 이미 두 아들에게 일정 지분이 나누어졌고, 2007년 지주회사 롯데홀딩스 설립과 함께 자연스럽게 홀딩스 지분으로 이어졌다는 말이다.롯데 관계자는 "현재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그룹이 아닌 SDJ코퍼레이션(회장 신동주)측의 보필을 받고 있기 때문에, 서미경 씨 등에 대한 지분 증여 과정을 신 총괄회장에게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래도 당시 관계자를 수소문하고 최대한 기록을 파악해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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