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잡아먹는 마이크로 로봇' 만들었다

박석호 전남대 교수팀 '세계최초 개발'
'대식세포'에 항암제 탑재해 조종가능
[ 김봉구 기자 ] 암세포를 잡아먹는 신개념 의료용 로봇이 나왔다. 전남대는 기계공학부 박석호 교수(사진) 연구팀이 ‘대식세포’를 활용한 초소형 암 치료용 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로봇의 핵심은 면역세포 중 하나인 대식세포다. 지름 20μm(머리카락 굵기의 5분의 1)의 대식세포는 체내에 세균 등 이물질이 침입하면 잡아먹는 기능이 있다. 박 교수팀은 이 특성에 주목해 항암제를 집어넣은 나노 입자를 대식세포가 잡아먹게 했다. 대식세포에 항암제를 주입한 셈이다.이에 그치지 않고 연구팀은 나노 입자에 항암제와 함께 산화철(Fe3O4)을 넣었다. 산화철은 쇳가루의 일종이어서 체외 자기장으로 조종 가능하다. 대식세포에 항암제를 탑재해 표적인 암세포까지 이동시켜 잡아먹도록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로봇’으로 명명했다.
박석호 교수팀이 개발한 대식세포 기반 암 치료용 마이크로 의료로봇 개념도. / 전남대 제공
자기장을 걸어 로봇을 종양 주변부까지 효율적으로 이동시킨 뒤, 자체 암 지향성을 지닌 대식세포의 종양 중심부 암세포 직접 공격이 가능해 암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 이 로봇은 대장암 유방암 위암 간암 췌장암 등 고형암을 추적·치료할 수 있다.

기존 암 치료는 주로 나노 파티클(NPs: 항암제 전달을 위해 코팅한 나노 구조체)을 활용해 약물 전달체를 혈관에 침투시켜 종양 조직을 사멸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약물이 혈관을 통해 능동적·효율적으로 전달되기 힘들어 종양 중심부에 도달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성장 속도가 빠른 암세포를 따라잡지 못하는 한계도 있었다.또 다른 방법인 건강한 면역세포를 이용한 암 치료 역시 안전성이 높은 반면 치료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표적 선택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항암제 탑재 대식세포 기반 마이크로 로봇은 두 가지 단점을 동시에 극복할 수 있다. 박 교수는 “NPs의 한계인 수동 전달과 혈관 의존성을 극복했을 뿐 아니라 많은 시간과 비용이 수반되는 기존 면역세포 치료의 한계도 뛰어넘었다.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암 치료의 길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로봇의 효과도 입증했다. 로봇을 투입한 지 24시간 만에 대장암 세포의 45%, 유방암 세포의 40% 가량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미래창조과학부 미래유망융합기술 파이오니어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 연구는 유명 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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