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폭피해자 국가 배상 소송 또 패소

1945년 태평양전쟁 때 일본 나가사키·히로시마 원폭에 피폭된 국내 피해자들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5부(이광영 부장판사)는 21일 원폭 피해자 230명이 국가를 상대로 1인당 1천만원씩 23억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앞서 헌법재판소는 2011년 8월 '일본 정부 상대의 원폭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이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소멸했는지 여부에 관한 양국 간 해석상 분쟁을 이 협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해결하지 않는 정부의 부작위(不作爲)는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후 2013년 8월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원 79명은 전체 회원 2천545명을 대표해 헌재 결정 이후에도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1인당 1천만원을 달라는 첫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들은 우리 정부가 원폭 피해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어 한·일 청구권 협정 3조에 따라 중재 절차를 요청해야 함에도 하지 않는 점을 문제 삼았다.청구권 협정 3조는 외교상 경로로 해결할 수 없는 분쟁은 제3국의 중재위원이 포함된 중재위원회에 회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작년 6월 소송을 기각했다.

원폭피해자협회는 항소하고서 서울남부지법과 북부지법에 각각 230명과 141명이 같은 청구 취지로 소송을 냈다.하지만 올해 1월 서울고법은 항소심에서도 원고 패소를 선고했으며, 서울남부지법도 이날 청구를 기각했다.

남부지법 재판부는 "정부가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이상 중재 절차로 나아가야 할 구체적 작위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정부가 2011년 이후 원폭피해자들의 일본에 대한 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소멸됐는지 여부라는 구체적 현안에 관하여 한일 양자 간 협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구상서를 전달한 점 등을 외교적 노력으로 판단했다.재판부는 "정부의 외교적 대응이 다소 불충분하다는 사정만으로 정부가 헌법상의 작위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북부지법에 낸 소송은 내달 말 선고가 예정됐다.

소송에 참가한 이기열(71)씨는 "태어난 지 두세 달이 지나 피폭되고서 평생 병을 달고 살고 있다"며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사법부가 이런 판단을 내리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소송을 대리한 최봉태 변호사는 "재판부는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있었다고 판단했지만, 원폭 피해자를 위한 노력은 없었다"며 "북부지법의 선고가 나면 그 결과에 따라 피해자들과 함께 향후 행동에 관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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