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분쟁 후폭풍…미·중 '통상 전쟁' 격화

미국, WTO에 중국 또 제소

"구리 등 광물 수출관세 부당"
중국 "WTO 구제절차 남용 말라"
미국이 또다시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이번엔 구리 등 9개 수출광물에 관세를 부과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이 부당하다고 문제 삼았다.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판결한 이후 미·중 간 외교·군사적 대립이 불거진 가운데 양측의 통상분쟁까지 격화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3일(현지시간) 구리와 흑연 납 등 9개 광물에 대한 중국의 수출관세(5~20%) 부과 행위가 부당하다며 WTO에 제소했다. 수출관세 부과는 이 광물을 사용하는 해외 전자 및 가전 제조업체의 원가부담을 가중시키는 반면 중국 동종 제조업체의 가격 경쟁력은 높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미국에선 배터리 업체와 반도체 업체의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USTR은 2001년 WTO에 가입할 때 수출관세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한 중국이 이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제소 이유를 밝혔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WTO에 제소한 것은 올 들어 두 번째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서는 여덟 번째다.

미 상무부는 지난 12일 중국산 스테인리스 강판 및 띠강 제품에 57.3~193.12%의 상계관세 부과 예비판정을 내렸다. 중국 정부가 관련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최종 판정은 내년 1월께 나올 예정이다.

미국은 올초부터 중국의 철강제품 밀어내기 수출, 닭발 수입규제 등에 보복관세 부과와 WTO 제소로 대응해왔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짙은 공약과 정강정책을 채택하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중국 측은 이날 주미 중국대사관을 통해 “미국은 국제무역 룰을 지켜야 한다”며 “자국 이익을 위해 WTO 구제 절차를 남용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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