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단지 "HUG 대신 건설사가 연대보증해 중도금 대출"

'집단대출 제한'…강남 주택시장 일단 숨 고르기

단타 투기세력 빠지면서
청약경쟁률 낮아지겠지만
시장 급속 위축은 없을 듯
국토교통부와 서울 강남권 자치구들이 강남 지역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분양권 및 주택 다운계약 실태 조사에 나선 가운데 29일 개포지구 내 주요 중개업소들이 대부분 문을 닫았다. 강남 재건축 단지를 겨냥한 것으로 알려진 ‘중도금대출 보증 제한’ 조치까지 나오면서 강남 분양시장이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가 주로 포진한 서울 강남권 재건축조합과 시공사들이 중도금 집단대출과 관련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9억원 이상 분양 아파트에 대해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일반분양 계약자들의 중도금 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공사를 맡은 대형 건설사들은 은행에 연대 보증을 제공하는 방식부터 제2금융권에서 중도금을 조달하는 방안, 중도금 선납 할인 마케팅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단 강남 재건축시장은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일반분양 예비청약자들의 투자심리는 위축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건설사 연대보증 검토

올 하반기 분양 예정인 강남구 개포동의 A재건축단지는 일반분양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과거처럼 중도금 대출을 해주는 은행에 개인(수분양자)이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대신 변제해주겠다고 연대보증을 서면 된다”며 “자산가들은 개인 신용으로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연 3%대 후반~4% 안팎)보다 낮게 돈을 빌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8월 말이나 9월 초 일반분양을 계획 중인 송파구의 B재건축 단지도 일부 주택형 분양가가 9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능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11월께 용산4구역에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인 C건설회사도 마찬가지다.

신용도가 높고 재무구조가 좋은 시공사는 연대보증 방식을 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 단지들은 일반분양 물량이 100가구 안팎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시공사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다만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가 보증에 나서거나 HUG 보증 없이 제2금융권에서 중도금 대출을 끌어오면 대출 금리는 0.5%포인트 이상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 대형 건설사 마케팅 임원은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개인이 중도금을 일괄 선납하면 분양가를 할인해주거나 건설사가 여유자금을 활용해 직접 수분양자에 대여하는 방안 등 건설사별로 다양한 방법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박합수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형 건설사들은 은행과 중도금 조달 방법을 어떻게든 모색할 것”이라며 “다만 단타 투기세력이 빠지면서 고가 주택 분양시장의 청약 경쟁률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숨 고르기 들어간 강남 주택시장

29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은 상당수 문을 열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였다. 지난주 국토교통부 등이 분양권 불법거래 현장 점검을 한 뒤 사실상 임시휴업을 계속하는 가게들이 적지 않았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인근 중개업소 20개 중 새로 문을 연 세 곳 빼고 오래 영업한 사장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며 “정부 대책과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또 다른 공인중개소 실장은 “지금은 거래가 없어 가격 형성이 제대로 안 되지만 이달 초와 비교하면 호가는 2000만원 정도 빠졌다”고 귀띔했다.중도금 대출 보증 강화 조치가 강남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이기현 서초구 잠원동 대경공인중개 소장은 “강남 자산가들은 보유 부동산이 많아 알아서 담보대출로 자금을 동원하는 데 부담이 없을 것”이라며 “강남 알짜 지역은 여전히 수요는 많은데 집주인들이 집을 안 팔겠다고 해 매물이 없는 게 현실이고 오히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더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에서 시공사와 조합이 분양가를 협의할 때 분양가 기준(9억원)이 제시된 셈”이라며 “단순 도급공사를 맡는 건설사 입장에선 분양가를 낮추도록 조합을 설득하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혜정/윤아영/설지연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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