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 거세지는 'EU탈퇴 요구'…슬로바키아, 국민투표 청원 서명 돌입

네덜란드 극우정당도 국민투표 공약 내걸어
브렉시트 에 반대하는 한 시민이 지난 23일 “EU에 ‘예스’라고 답하자”는 피켓을 들고 있다. 런던AFP연합뉴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다음달 1일부터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을 맡는 슬로바키아를 필두로 각국에서 탈퇴 요구가 나타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슬로바키아의 극우정당인 슬로바키아국민당(SNS)은 슬로바카웃(Slovakout: 슬로바키아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청원 서명운동을 이날부터 시작했다. 마리안 코틀레바 SNS 대표는 “영국 국민들이 브뤼셀의 ‘독재’를 거부했다”며 “지금이야말로 타이타닉처럼 침몰하는 EU를 떠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주장했다. 반(反)이민·반유로화 정책을 주장하는 SNS는 지난 3월 치러진 총선에서 21만명(8%)의 지지를 받아 최초로 의회에 입성했다.슬로바키아 제1당 사회민주당(SD) 대표인 로베르토 피초 총리는 다음달 1일부터 슬로바키아가 EU 순회의장국을 맡는 상황에서 책임감 있게 행동해줄 것을 SNS에 요구했다. 슬로바키아에서 국민투표가 시작되려면 540만명의 유권자 중 35만명의 청원 서명을 받아야 한다. 피초 총리는 “많은 유럽인이 EU의 이민정책을 반대하고, 경제정책에도 불만이 높다”며 EU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요구는 유럽 각국의 극우정당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 네덜란드 극우정당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내년 총선 유세에서 네덜란드의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핵심의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국가의 재정, 국경, 이민정책을 스스로 결정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도 이날 트위터에 “(브렉시트는) 자유를 위한 승리”라며 “여러 해 동안 요구했듯 프랑스에서도 똑같은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핀란드에서도 ‘진정한 핀란드인(True Finns)’ 당이 이미 1만여명으로부터 국민투표 요구 청원서명을 받았다. 이탈리아 역시 극우정당인 북부리그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가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덴마크 제2당인 덴마크국민당(DF)은 반난민 정책 입법을 주도하며 덴마크 내 EU 회의론을 이끌고 있다.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브렉시트로) EU에서 탈퇴하는 길이 열렸다”며 “유럽 전역에서 포퓰리스트와 EU 회의론자들이 상처받은 EU를 주저앉히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