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도상봉의 '정물'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그림은 생활 속에서 나온다.”

서양화 1세대 작가 도천(陶泉) 도상봉 화백(1902~1977)은 이런 신조와 함께 평범한 일상생활을 소재로 주로 정물화와 풍경화를 그렸다. 국내 최초 서양화가인 고희동에게 그림을 배운 그는 일본 도쿄미술학교에 다니면서 조선백자에 매료돼 평생 작품 소재로 활용했다. 달항아리를 비롯해 라일락, 국화, 사과 등 일상의 대상을 정갈한 색채로 묘사한 그의 작품은 민족적 미의식을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1970년대 아파트 붐 이후 지금까지 줄곧 주목받아왔다.1971년에 완성한 이 그림은 조선백자를 소재로 그린 대표적 정물화다. 풍성한 달항아리와 화려한 꽃병을 배치해 격조 높은 화면을 연출했다. 또 토마토 3개를 바닥에 놓아 달항아리의 배가 더욱 불러 보이게 했다.

소박하고 부드러운 선과 은은한 색채로 살려낸 백자에서는 호화로운 장식과 기교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을 표현한 도공의 예술혼까지 읽을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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