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쓰레기통 없앨까 늘릴까…지자체마다 '고민'

1995년 종량제 후 사라졌다 재등장…여전히 의견 분분

서울·성남·하남이 붙어 있는 위례신도시에서는 길거리 쓰레기통 행정도 3색이다.도로 하나 경계를 두고 서울시 송파구 쪽 버스정류장 2곳에는 쓰레기통이 설치됐지만 성남시 쪽에는 쓰레기통이 없다.

하남시 쪽에는 쓰레기통 대신 대형 종량제 봉투가 걸려 있다.

시민 이용 목적이라기보다는 거리 청소를 하는 환경미화원의 작업 편의를 위해서다.나아가 성남시 수정구는 17일 길거리 쓰레기통 57개 가운데 주택가 주변 5개를 시범적으로 없앴다.

철거한 지역은 평소 가정 쓰레기 무단 투기로 골머리를 앓던 곳이다.

빈병에 옷가지, 음식물, 심지어 분리배출이 힘든 가전제품까지 내다버리는 탓에 하루 두 세번 비워야 했다.구는 앞으로 쓰레기 무단 투기 발생 추이, 가로변 청결 상태 등을 관찰한 뒤 길거리 쓰레기통 철거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길거리 쓰레기통을 설치할지, 철거할지 그 효용론과 무용론을 두고 지방자치단체마다 인식이 다르다.

심지어 시민단체나 연구자들의 견해도 엇갈린다.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최소한 장소에 적절하게 설치하고 나서 불법 투기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 쓰레기통 제로 9개 시군…경기도 분리수거함 시범사업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31개 시군이 관리하는 쓰레기통은 모두 2천625개다.

가장 많이 설치된 지자체는 광주시 409개이고 양주시는 6개뿐이다.

남양주·화성·파주·구리·하남·동두천·과천시와 가평·연천군 등 9개 시군은 한 개도 없다.

비슷한 시세인 부천시는 10개뿐이지만 고양시는 335개나 있다.

도시 규모나 지역 특성과 상관없이 나름의 행정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길거리 분리수거함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시군 지자체에서 수요조사를 받아 필요한 곳에 재활용과 일반쓰레기로 2개 배출구를 구분한 쓰레기통을 설치해주고 있다.

이 사업으로 지난해 6개 시군에 300개를 설치했고 올해 5개 시군에 100개를 추가 설치 중이다.

경기도뿐 아니라 서울시, 부산시 등도 자치구마다 길거리 쓰레기통 정책이 다르다.

서초구는 2012년 모두 없앤 반면 강남구에는 972개나 설치돼 있다.

강남대로를 사이에 두고 상반된 광경을 연출한 셈이다.

부산에서도 북구는 하나도 없고 서구, 동구, 해운대구, 사하구 등도 20개 미만이다.

반면 주말이면 취객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광안리 수변공원을 낀 수영구는 '작은 휴지통'을 2014년 45개에서 올해 165개로 늘렸다.

쓰레기통은 1995년 쓰레기 종량제 시행을 기점으로 길거리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테이크아웃 문화가 확산되면서 공공영역에서나마 최소한의 수준에서 분리수거를 유도하려는 지자체가 하나 둘씩 생기고 있다.

서울시는 하루 30t의 쓰레기 나오는 명동에 지난 2월 무단 투기를 막고자 휴지통을 늘렸다.

쓰레기통을 모두 없앴던 서초구도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의 95%가 커피나 음료 등 재활용품이었다"며 지난달 강남대로에 커피컵 모양의 재활용 분리수거함 10개를 설치했다.

충남 천안시도 종량제 시행에 맞춰 거리 쓰레기통을 모두 없앤 지 21년 만에 역과 버스터미널 주변 66곳에 쓰레기통을 다시 비치했다.

◇ "시민의식부터 개선돼야"…"시민 탓말고 확대 설치해야"
쓰레기 투기에도 풍선 효과 논란이 있다.

한 쪽에서는 쓰레기통을 없애면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습관도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무단 투기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는 5월이면 성남시 각 구청마다 도로정비 부서가 분주하다.

여름철 우기도 오기 전에 공공근로 인력을 동원해 도로변 빗물받이 홈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다.

청소행정 부서가 길거리 쓰레기통을 없애면 도로관리 부서에 일감이 늘어나는 셈이다.

제3의 해법으로 묘안을 짜내는 지자체도 있다.

안양시는 지난 1월 중심가와 역 주변 3곳에 동물 울음소리가 나는 쓰레기통을 설치했다.

일반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 투입구 소리를 다르게 해 인식을 바꿔보려는 의도다.

이른바 '스마트 쓰레기통'이라고 해서 무조건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부산시 수영구가 2013년 전국 처음으로 설치한 '말하는 쓰레기통'은 효과 반감, 관리상 어려움 등으로 3년 만에 무용지물이 됐다.

지자체 청소담당 공무원들의 생각도 다양하다.

주말마다 수변공원 쓰레기 몸살을 경험한 수영구 김성택 청소계장은 "시민정신이 아쉽다"고 토로한다.

성남시 환경위생과 민진영 팀장은 "쓰레기통 축소는 쓰레기 종량제 취지를 살려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인식을 확산하려는 시도"라며 "초기에는 불편하다는 민원이 생기고 쓰레기통이 있던 주변에 무단 투기가 있겠지만 차츰 정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길거리 쓰레기통이 한 개도 없는 하남시 자원관리과 전태복 팀장은 "무단 배출을 감당할 수 없어 새로 조성한 위례신도시에도 길거리 쓰레기통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억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버리는 게 맞다.

하지만 이는 시민의식 수준이 일정 단계에 올라갔을 때 가능하다.

그때까지는 현실성을 인정하는 최소 수준에서 설치해놓고 시민과 기업(제품)의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사무총장은 "시민 의식만 탓할 게 아니라 당연히 많이 늘려 설치해야 한다.단순히 설치하는 게 아니라 모양과 색깔, 글씨도 구분해 분리배출을 쉽게 할 수 있게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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