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찻주전자' 정유공장들이 습격해온다

산둥성 일대 소형 정유공장들…중국 정부 규제완화 업고 가동률 높여

중국 산둥성에 몰려 있는 '찻주전자 정유공장'(Teapot refinery)들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정유업계를 위협하고 있다.3일 정유업계와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달부터 찻주전자 정유공장들에 하루 160만 배럴의 원유 수입 쿼터를 허용했다.

이는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전체 원유의 25%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정유업계는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정유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의 신호탄이라고 풀이하고 있다.찻주전자 정유공장은 중국 산둥성에 주로 밀집한 민간 정유사들을 가리킨다.

이름 그대로 하루 정제처리량이 10만 배럴 이하인 소규모 공장들이다.

중국의 전체 정유공장 약 220개 가운데 정제량 10만 배럴 이하인 공장은 145개다.이들 찻주전자 정유공장은 휘발유·경유 같은 석유제품의 생산 수율도 낮고,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도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똑같은 원유를 가져와도 휘발유·경유를 더 적게 생산하고 그마저도 질 낮은 제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한때 이들 찻주전자 정유공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했으나 2014년 하반기부터 정제처리량이 일정 규모를 넘는 곳에는 원유 직수입을 허용했다.이는 이들 찻주전자 정유공장의 가동률을 끌어올렸다.

이처럼 중국 내 정제처리량이 늘고 내수 소비가 부진해지자 중국은 석유제품 수출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9.3% 증가했다.

특히 경유 수출량은 475% 증가한 277만t으로 늘었다.

박영훈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6 하반기 산업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이 경유 중심의 석유제품 순수출국으로 전환함에 따라 아시아 지역의 정제마진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동북아시아의 경우 한국, 일본, 대만이 모두 석유제품 순수출국인데 중국까지 가세해 역내에서 물량 소화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아시아 권역의 정제마진에 이들 찻주전자 정유공장들이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제마진은 정유업계의 수익성 지표로, 원유를 사다 정제를 해서 남기는 이익을 뜻한다.

메릴린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찻주전자 정유공장들은 앞으로 정유설비를 업그레이드해 생산 수율을 개선하고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정유업계 관계자는 "찻주전자 정유공장은 여전히 중국 내에서 비중이 작기는 하지만 이들의 움직임을 주의해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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