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롯데면세점 압수수색·신영자 출국금지

'정운호 게이트' 일파만파…롯데면세점 입점 로비의혹 수사

신 이사장 금품수수 의혹
롯데 "납품업체간에 일어난 일"
신규 면세점 특허 영향에 촉각
검찰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수감 중)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정 대표에게서 금품을 받고 네이처리퍼블릭 입점을 도운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 이사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조만간 소환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2일 오전 검사와 수사관 100여명을 보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 이사장 자택, 신 이사장 아들 장모씨의 회사와 자택 등 6~7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입점 협력사 목록,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 쪽에서 관련 자료를 폐기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신속히 압수수색을 했다”며 “상당수 자료를 파기한 정황을 현장 수사관들이 포착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신 이사장을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등 해외 출국이 잦은 신 이사장의 소환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검찰은 신 이사장과 아들 장씨가 정 대표의 브로커로 일한 한영철 씨(구속)에게서 20억원대 금품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정 대표와 한씨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계좌추적을 통해 자금 흐름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한씨를 통해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대상 로비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한씨는 군(軍) 관계자에게 청탁해 군대 내 매장(PX)에 네이처리퍼블릭 제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정 대표로부터 5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달 21일 구속됐다. 군 외에도 한씨는 신 이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정 대표로부터 돈을 받고 롯데면세점을 상대로 로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네이처리퍼블릭과 2012년 롯데면세점 내 점포 위치를 좋은 자리로 조정해주는 등의 ‘컨설팅’을 해주고 수익의 3%가량을 수수료로 받는 내용의 계약을 맺기도 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2014년 7월 한씨 측과 거래를 중단하고 신 이사장 아들 장씨가 운영하는 회사와 비슷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두고 한씨와의 관계가 틀어진 정 대표가 신 이사장 측에 로비를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롯데그룹은 납품업체 간에 일어난 일로 보고 있다. 불법 사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개인 차원의 비리일 것으로 전망하며 신 이사장과의 ‘선긋기’에 나섰다. 다만 연말에 있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신규 면세점 특허 획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한신/정인설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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