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금융기관, 대북거래 중단할까…'北자금세탁우려국' 실효 관건

美, 리수용 방중 시기 맞춰 발표…사실상 중국 금융기관 겨냥

미국이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고 북한의 국제금융 거래를 제한함에 따라 미진하게 남아있는 중국 금융기관의 대북거래마저 전면 차단될 가능성이 커졌다.미국이 지난 2월 시행한 대북제재법 후속 조치인 이번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은 북한의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는데 목적을 두면서 북한과 금융거래가 남아있는 중국 금융기관을 실질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북한은 미국과의 금융거래가 전면 금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 등 제3국의 금융기관도 북한과의 거래를 제한받게 된다.

미국 재무부 조사를 통해 제3국 금융기관이 북한과 실명, 또는 차명 계좌를 유지하는 것으로 드러나면 해당 금융기관과의 거래도 중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이번 조치는 미국이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해 취한 거래 금지 조치보다 더욱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BDA 제재는 한 은행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번 조치는 북한 자체를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까지 제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 범위가 훨씬 포괄적이다.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 퇴출당하더라도 타격이 적은 소규모 중국 지방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은 여전히 북한과의 금융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 결정과 함께 위안화 국제화, 금융시장 개방을 추진해온 중국으로선 북한과의 금융거래로 글로벌 금융시장 진출을 봉쇄당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북한과 거래해온 이들 중국 금융기관은 촘촘해진 국제 금융시스템 속에서 북한과의 거래를 중단하고 계좌를 폐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이미 중국의 유엔 대북제재 참여로 북한은 각종 수출입 대금 입출금이나 인력송출, 식당운영 등을 통해 나오는 외화벌이 수익금을 북한으로 보내는데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중국은 지난 4월 대북 수입규모가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중국은 북한의 가장 중요한 교역국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1일 중국을 방문중인 리수용 북한 노동앙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접견하고 관계개선을 모색한 당일 이번 조치를 발표한 것도 중국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유엔 안보리가 지난 3월 2일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한 지 석달째에 접어들면서 중국이 북한에 다소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는데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최근들어 북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며 북한과 물밑접촉을 진행해온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 역시 리 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유관 당사국들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대화와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전후해 보여줬던 중국의 태도가 다소 변하며 미국은 중국이 또다시 '제재의 구멍'이 될지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중국 각 은행들은 지난 3월 유엔 대북제재 직후 북한 금융기관과 달러, 인민폐(위안화) 등 모든 화폐를 통한 거래를 중단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시를 받고 대북 송금을 전면 차단한 상태다.

이에 따라 북한 은행이 중국내 지점을 개설하거나 대리은행을 설정하는 것 뿐만 아니라 중국 금융기관도 북한내 사무실 및 자회사 설립, 은행계좌 개설도 사실상 금지됐다.

이미 중국은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대북 금융제재에 앞장서 4대 국유은행인 중국은행, 공상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이 북한의 무역결제은행인 조선무역은행에 대한 거래를 중단하도록 한 상태다.

특히 중국 금융기관 사이에서는 당국의 지시 이전에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자체 기피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별다른 문제가 없는 분야까지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이에 따라 유엔 대북제재 결의 이후 중국 주요 금융기관들의 북한과의 거래는 큰 타격을 입고 사실상 중단되다시피 했지만 미국은 잠재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대북송금 루트를 완전 차단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는게 중국내 북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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