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서 '조속한 기준금리 인하' 주장 나와

한 금통위원 "선제적 인하가 효율적…통화정책 효과 있다"
금통위 5월 의사록…"구조조정에 따른 은행 건전성 악화 우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5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할 때 이른 시일 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던 것으로 드러났다.이날 기준금리는 만장일치로 동결됐지만, 금통위원 간 시각차가 존재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은행이 31일 공개한 5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A위원은 지난 13일 회의에서 "국내외 경제 상황을 종합할 때 이번은 아니더라도 조속한 시일 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A위원은 수출 부진 등으로 국내 경제의 하방 리스크(위험)가 커졌다며 "우리 경제의 저물가·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한국은행에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 중국 성장세 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 유럽 신용위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러 위험요인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A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경기 대응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외 위험요인에 대한 효율적인 대비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령화를 비롯한 구조적 요인과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통화정책의 효과가 과거보다 줄었지만, 재정·통화정책 등 거시경제 정책의 효과는 분명히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반면 나머지 금통위원들은 대체로 가계부채 등의 리스크를 고려하고 금리 조정의 여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B위원은 "국제경제가 일시적 안정을 찾은 것 같고 국내 경기도 내수를 중심으로 현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통화정책의 여력을 신중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조동철·이일형·고승범·신인석 등 4명의 신임 금통위원들이 기준금리 결정회의에 처음 참석했다.이들은 대부분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기관이나 금융당국 출신으로 '비둘기파'(경제성장 중시) 성향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금통위에서는 기업 구조조정이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국제신용평가회사나 외국투자은행을 중심으로 국내 은행의 수익성과 자본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 실무부서는 "일반은행의 경우 자본 적정성 비율이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부실이 일부 확산하더라도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다른 위원은 조선, 해운업 등 경기민감업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일부 국책은행들의 자산건전성과 자본 적정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참여할 때 손실 최소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됐다.

한 금통위원은 "한국은행이 정부 등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손실위험을 최소화하고 특정 부문에 대한 지원을 지양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당부했다.한편, 한은 실무부서는 지난해 두 차례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부동산 시장 활성화, 경제심리 개선 등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그 영향력은 경제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과거보다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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