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석유·가스공사 통합 방안 검토

해외 자원개발 용역 보고서 공개… 공기업 "통합시 시너지 효과 기대"

정부가 부진에 빠진 에너지 공공기업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한국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합치거나 양사 간 중복 조직 기능을 통폐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해외 자원개발 개선 방향과 관련한 연구 용역 보고서를 공개했다.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4가지 개편 방안이 담겨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이 양사의 통합이다.자원·탐사 개발(E&P) 등 양사의 중복 기능을 합치면서 자연스럽게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고 인력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형 확대로 국제적 위상을 높여 해외 금융 조달은 물론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에 따라 양사의 최우선 과제인 수익구조 회복에도 힘을 얻을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산업부 관계자는 "양사의 통폐합 성사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말하기 이르지만, 그간 학계에서 에너지 공기업을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유력 방안으로 두고 검토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자원개발 특성상 공적 기능을 확보해야 하는데 민간에 이관되면 그런 기능이 상실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여건상 기술 역량과 전문성이 축적된 석유공사 외에는 자원개발을 추진할 만한 기업이 사실상 없어 가스공사와 통합하면 사업 역량 및 공적 기능을 그대로 끌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석유공사의 손실이 가스공사로 이전돼 동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석유공사의 자원개발 기능을 민간에 이관하는 방안도 제시됐으나 자원개발 자산이 저평가돼 매각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석유는 주요 에너지 안보 자원이라 국영 기업의 주도로 사업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민간 이관시 향후 해외 기업에 재매각될 수 있어 국부 유출 등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은 해외 광구 운영 경험이 적고 지분 참여를 통한 사업화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자원개발 후발주자인 민간은 사업 활성화와 에너지 안보 추구에 한계가 있어 민관 이관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석유공사의 자원개발 기능을 가스공사로 이관해 가스공사의 자금 조달 능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으나 소액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돼 성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석유공사의 해외 자원개발 부문을 분리한 뒤 전문 회사를 설립해 민간 투자 유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으나 자원개발 사업의 기존 비효율성을 단기적으로 해소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산업부는 20일 역삼동 해외자원개발협회에서 공청회를 열어 용역 보고서를 발표한 뒤 각계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보고서 방안은 말 그대로 검토 대상일 뿐 정부가 그것을 확정해 추진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보고서를 토대로 현실화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현재까지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공청회 의견을 수렴해 정책 결정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돼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데 정부도 동의하는 분위기다.한국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3개 에너지 공기업이 올해 갚아야 할 빚이 8조 원대에 달하지만 이를 충당하는 현금성 자산 등은 6천억 원대에 불과하다.

(서울연합뉴스) 이승환 기자 iam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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