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사령탑 오른 '86 운동권' 우상호…"제1당 걸맞게 국정 주도할 것"

더민주 원내대표 경선…결선투표서 우원식에 '역전승'

대변인 8번 맡아…친노·초선 등 주류 지지로 당선
"기업 부실 대충 털어내겠다는 생각에 동의안해
신뢰받는 정당으로 바꿔 집권 토대 마련하겠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4일 국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제1당의 원내사령탑에 오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4일 “나의 당선은 새로운 정치세대의 전면적 등장을 의미한다”며 “더민주가 어제 단합을 선택했다면 오늘은 변화와 혁신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우 신임 원내대표는 당내 ‘86운동권’ 그룹의 대표주자이면서도 계파색이 옅어 친노(친노무현)그룹과 58명인 초선들의 고른 지지를 받아 원내수장에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직후 인터뷰에서 “아무리 좋은 가치와 좋은 정책도 내부 싸움과 분열에 갇히면 빛을 발할 수 없다”며 “20대 국회에서 당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3당 체제에서 더민주 원내대표의 나이와 선수(選數)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국민이 만들어준 1당의 권위를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당 원내대표들이 경륜을 내세우지만 국민은 변화를 원하고 있다”며 “50대 젊은 정치인으로서 그 변화의 중심에 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해법을 제시해 더민주가 변화했다는 평가를 받을 때까지 선두에 서서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국민에게 제대로 신뢰받는 정당으로 변모시켜 집권에 성공할 수 있도록 손잡고 가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같이 일해 본 경험이 없지만 합리적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분으로 알고 있으며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성품과 능력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선수와 경력에서 밀리지 않겠느냐”는 지적엔 “그분들 정치력이 출중한 것은 검증됐지만 우상호의 정치력은 ‘히든카드’”라며 “숨겨진 정치력이 무섭다. 제1당에 걸맞게 당당하게 협상하고 협력하면서 국정을 주도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쟁점 법안 등 향후 협상전략에 대해서는 “의원들과 차차 협의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옥시사태’와 해운업 구조조정 등 현안에 대해서는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옥시사태는 기업의 무관심과 정부 당국의 감시 소홀이 겹친 종합적 참사”라며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운업 등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구조조정 문제에 접근한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 로드맵이 없다”며 “양적 완화라는 말만 꺼내놓고 대충 부실을 털어낼 것이라는 생각은 국민적 동의를 얻기 힘들다”고 비판했다.그는 국회상임위원회 배정 협상에 앞서 상임위원회 간 통합·분할 등을 재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19대 국회에서 교육위원회와 문화위원회가 통합되면서 교육 이슈가 여야 정쟁에 묻히는 병목현상이 발생했다”며 “3당 체제가 된 만큼 보다 생산적인 국회를 위해 상임위를 신설하거나 통합·분할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부의장을 지낸 우 원내대표는 친노계는 아니지만 더민주 내 범(汎)친노로 분류된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창당한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2000년 같은 연세대 81학번 동기이자 총학생회장 출신인 이성헌 전 의원(새누리당)에게 패해 국회 입성에 실패했으나 2004년 17대 총선에서 이 전 의원을 꺾고 금배지를 달았다. 2008년 18대에선 이 전 의원에게 금배지를 넘겨줬다가 19대 총선 리턴매치에서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재선 의원이 됐고, 20대 총선에서도 이 전 의원에게 승리해 3선 고지에 올랐다.

우 원내대표는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출신임에도 강성 이미지보다는 재치 있는 말솜씨로 여덟 차례의 대변인을 맡을 정도로 소탈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특정 계파에 대한 구분 없이 두루 넓은 관계를 유지해 온 ‘마당발 인맥’을 구축했다. 이날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우원식 의원과 ‘우씨 집안싸움’이 예견됐다. 우 의원이 촌수로 우 원내대표의 할아버지뻘이다.이날 1차 투표에서 우 원내대표는 4표 차이로 졌지만 결선에서는 7표 차이로 역전승을 거뒀다. 당의 최대 계파인 친노계와 58명 초선 표 중 1차에서 비주류 네 명의 후보를 선택한 표들이 우 원내대표에게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당내 한 의원은 “주류 측이 친노계에 대한 대내외적 반감을 완화하고 전당대회와 대선 전까지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주류와 이념에서 합치되는 부분이 많은 우 원내대표를 앞세워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날 신임 원내대표에 우상호 의원이 선출된 데 대해 “호흡이 안 맞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라며 당의 ‘투톱’으로서 잘 협력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손성태/은정진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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