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는 독립 기관"…드라기 총재, 파열음 커진 독일에 반격

"요즘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관계가 어떤가요? 유럽중앙은행(ECB)이 독일 내 반(反)유로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지지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나요?"

21일(현지시간) ECB 통화정책회의 기자회견에 등장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에게는 유난히도 독일과 ECB의 관계에서 파생된 이런 종류의 질문이 잇따랐다.ECB의 통화팽창 정책을 마뜩잖게 여기는 쇼이블레 장관의 그 발언과 함께 독일 정치권에선 ECB 차기 총재는 독일 몫이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며 양측의 갈등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선 ECB의 초저금리 정책에 따른 이자 수익 감소에 맞물려 독일 연금생활자들이 손해를 본다는 불만까지 나와 파열음이 더 커진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시장의 관심이 한껏 쏠린 드라기 총재의 답변은, 거친 감정은 배제하면서도 할 말은 다하는 논리적 반격의 양상을 보였다.드라기 총재는 먼저 "쇼이블레와의 토의는 매우 긍정적이며 유익하다"고 전제하고서 두 사람의 관계가 여전히 좋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ECB는 독일만이 아니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전체의 통화 안정성을 증진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지적하고 "우리는 정치인들이 아니라 법을 준수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독립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정책위원이 ECB의 독립성 방어에 만장일치로 뜻을 모았다"며 거듭 독립성을 내세웠다.이탈리아 국적의 자신이 이탈리아에 치우치고, 독일에는 반감을 사는 정책을 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른 국적의 전임 총재까지 거명하면서 누구라도 같은 조치를 했을 것이라고 답하며 독일인 차기 총재 주장에 간접적으로 맞섰다.

이를 두고 ECB의 독립성을 해치는 지나친 언급은 사태를 악화할 뿐이며 ECB는 항시 독립적으로 정책 선택을 해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드라기 총재는 연금펀드와 보험사들이 저금리 도전을 받는 것은 맞지만, 지난 기간 미국은 유럽보다 훨씬 오랫동안 저금리를 유지했음에도 그런 문제(연금생활자들의 수익 악화 등)가 없었다고 반론했다.그는 또한, 지난 시기 "실질금리"는 더 낮았다면서 독일 연금생활자 등 저축인구들이 손해를 보는 것이 온통 저금리 때문이라고 환원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드라기 총재는 나아가, 지금껏 구사한 ECB의 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이 약발을 발휘했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4년간 유로존 성장을 지탱해준 것은 통화정책이 유일했다면서 "만약 우리가 부양책을 안 썼다면 유로존 성장률과 인플레율이 더 낮아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을 겨냥한 언술은 아니지만, "유럽의 정치인들이 구조개혁을 이행한다면 우리의 처방들이 더 빠르게 효과를 낼 것"이라고도 했다.드라기 총재는 다만, 마이너스 금리가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 효과를 경계하겠다는 뜻을 보태며 신중한 태도를 비쳤다.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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