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윤상현 파문' 진상조사…계파갈등 봉합이냐 폭발이냐

비박, 연일 尹 정계은퇴 촉구…친박 "확대 바람직 안해"
지도부 "클린 공천위에서 정확히 조사해 필요한 조치"
尹 사과, 金 거부…'컷오프 명단' 물밑 거래설도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대표를 겨냥해 쏟아낸 욕설과 막말로 당내 계파갈등이 봉합과 폭발의 기로에 섰다.친박(친박근혜)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 의원이 비박(비박근혜)계로 분류되는 김 대표를 "솎아내야" 한다고 말한 녹취록은 친박계와 비박계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한 소재로, 이번 파문은 10일까지 당을 뒤흔들었다.

비박계에선 녹취록이 공개되고 나서 사흘 내리 윤 의원을 향해 '정계은퇴' 또는 '공천배제' 주장이 쏟아졌다.

전날 윤 의원의 정계은퇴를 촉구했던 홍문표 의원은 10일 PBC 라디오에 출연해 "당의 대표를 죽여버린다든지, 솎아낸다든지, 이건 정상적인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표현"이라고 맹비난했다.홍 의원은 "당과 국민을 위해 솔직하게 사실을 밝히고, 거기에 대한 정치적 태도를 분명히 하는 것이 국회의원으로서 도리"라며 "이른 시일 안에 본인의 거취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윤 의원을 압박했다.

당 윤리위원장인 여상규 의원도 CBS 라디오에 나와 "정계은퇴를 요구하는 분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며 홍 의원을 거들었다.

여 의원은 "친박에서 비박 의원을 그런 식으로 솎아내고 소위 밀실공천 이런 걸 시도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해당 행위"라며 "엄청난 해당 행위로 결론이 나서 정계 은퇴를 시켜야겠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윤리위에서) 제명 같은 걸 통해 정계은퇴를 유도하는 결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김 대표 지지자들은 이날 부산에서 여의도 당사로 몰려와 윤 의원의 제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친박계에선 윤 의원의 막말과 욕설이 '취중 실언'으로 판단되는 만큼, 김 대표가 윤 의원의 사과를 수용하고 당내 계파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은 이날 경상북도 신(新)청사 개청식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본인(윤 의원)이 충분히 사과를 했으니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익명의 한 친박계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황상 이번 일은 취중에 빚어진 해프닝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김태호 최고위원이 "친박·비박은 공동 운명체"라고, 이인제 최고위원이 "대의를 위해 사소한 감정은 뛰어넘어야 한다"고 조속한 사태 수습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최고위는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산하 클린공천지원단이 사태의 전말을 조사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기로 의결했다고 원유철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전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와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수습 노력이 갈등의 뇌관을 제거하는 수준까지 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날 김 대표에게 사과하려 했으나 만나지 못한 윤 의원은 이날 오전 김 대표의 자택을 찾아갔지만, 김 대표는 여전히 윤 의원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함구 모드'를 이어갔다.

최경환 의원은 '김 대표가 윤 의원의 사과를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연합뉴스의 질문에 "대표님이 그렇게 해주시면 큰 지도자가 되지 않겠느냐"고 김 대표의 사과 수용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윤 의원의 '막말 파문'을 놓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대립하는 배경에는 현재 진행 중인 4·13 총선 공천 문제라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공관위가 이번 주 비박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컷오프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윤 의원의 발언이 보도되면서 잠시 접어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관위는 사태의 시발점인 '비박계 살생부 찌라시'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김 대표 지역구의 경선 여부 결정을 보류했으며, 자신의 지역구에서 단독으로 공천을 신청한 윤 의원에 대한 심사도 보류했다.

또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경선·단수추천 지역 발표에서 예상과 달리 현역 의원의 컷오프 지역을 제외했다.

발표 지역에서 제외된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에 "'윤상현 카드'를 쥔 김 대표와 '컷오프 명단'을 쥔 친박계·공관위가 물밑에서 거래를 시도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듯 수도권 격전지에 출마한 친박계 예비후보들조차 윤 의원의 대국민 사과, 나아가 불출마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성헌 전 의원(서울 서대문갑)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윤 의원은 구차한 변명 말고 깨끗하게 선거를 접어라"고 요구했다.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서울 노원병)은 SBS 라디오에 나와 "(윤 의원은) 보편적인 사람이 보기에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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