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엔저 최대 피해국은 한국…19개국 중 수출 감소 가장 커"

잇단 경기 부양 조치에 가계 빚 1200조원 육박
자산 가격 올랐지만 소비 증가로 이어지진 않아
주요국 가운데 엔화 약세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국가는 한국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려는 ‘환율 전쟁’의 영향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17~18일 서울대에서 열린 ‘2016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경제학자들은 한국 경제의 위협 요인에 대해 여러 분석을 내놨다. 12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내수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엔저는 한국에 직격탄최두열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와 박승록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엔저의 근린궁핍화 효과 분석’ 논문에서 “일본의 엔화 약세 정책은 주요 19개국 가운데 한국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엔화가치 변화가 각국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을 통계 분석한 결과다.

한국과 일본이 최종 소비재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고 있어 한국 경제가 받는 영향이 특히 크다는 분석이다. 최 교수는 “엔저일 때 중국은 일본에 원자재나 중간재 수출을 늘릴 수 있어 오히려 수혜를 입는다”며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선 엔저 영향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도 및 규제개혁이 경제성과에 미치는 효과 분석’에서 “각국 사례를 분석한 결과 제도의 선진성이 1인당 GDP를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법 체계의 효율성을 높이고 규제를 개선하는 등 제도 부문의 개혁이 특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가계빚 늘면 소비 줄어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우려도 적지 않았다. 김지영 가톨릭대 교수(법정경학부)와 이상철 한국은행 금융검사실 과장은 “최근 가계부채와 가계소비지출의 상관관계는 역(逆)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국금융학회 분과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가계부채 변수가 가계소비에 미치는 영향 분석’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2010~2014년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높아질수록 가계소비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DTI란 연간 총소득 가운데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이 비중이 높으면 가계의 빚 부담이 더 크다는 의미다.김 교수는 “소득 상위 20%를 제외한 대부분 계층에서 이 같은 상관관계가 나타났다”며 “소득에 비해 과도한 채무상환으로 소비가 줄어든 결과”라고 분석했다.

가계부채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정부의 부양책 속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왔다. 정부는 2014년 DTI·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풀어 부동산 시장 살리기에 힘썼다. 아파트 거래가 늘고 부동산값이 오르면 내수도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늘어난 빚이 소비를 오히려 억제하고 있다는 게 이번 연구의 결론이었다.

부채가 소득수준 하락의 원인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경원 상명대 교수(금융경제학과)와 김기호 한은 경기본부 차장은 ‘가계부채의 리스크 요인 분석’이란 논문을 발표하며 “자산가격 변동으로 인한 소비변화 가능성을 분석해보니 일부 상위 계층을 제외하고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학자들은 정부가 가계빚 증가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등은 금융부채가 많을수록 다음 해에 소득분위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가계부채와 소득계층 이동’ 논문). 원 교수는 “가계 부실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가계빚 증가는 장기적으로 가계 후생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유미/황정수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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