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임금체계 손본다] "은행 노조와 합의해도 금융노조에 가로막혀…지점은 팀단위 구조, 개별 성과 측정 어려워"

고민 깊어진 은행들

성과보상 전면 도입하면 협업시스템 깨질까 우려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을 주문하면서 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은행들은 연공서열과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하소연한다.

은행들이 꼽는 가장 큰 걸림돌은 노조 반발이다. 은행권 임금협상은 이중으로 진행된다. 개별 은행의 노사협상에 이어 산별노조인 금융노조(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와도 협상을 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개별 은행 노조와는 합의를 했지만 금융노조와의 협상에서 일이 틀어지는 사례도 허다하다.올해도 그랬다. 대다수 은행은 각 은행 노조와 내년 만 55세가 되는 직원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금융노조는 ‘임금피크제를 만 57세가 되는 해부터 시작하고 이에 맞춰 정년도 연장하자’는 새로운 안을 내놨다. 2개월여의 협상은 끝내 평행선을 그었고, 결국 이 문제는 내년에 논의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부행장은 “임금피크제 도입만 해도 이렇게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임금체계 전체를 개편하기 위해선 개별은행 노조는 물론 금융노조의 거센 반발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지점 실적이 아니라 직원 개개인의 성과를 평가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고 지적한다. 5명의 창구 직원이 있는 지점을 가정해보자. 지금은 고객이 특정 창구나 특정 직원을 선택해 대출 및 예금 가입을 상담하는 식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 창구의 상담 업무가 밀리면 다른 창구 직원들이 대기 고객을 그만큼 더 받아야 한다. 팀 단위로 협업을 해야 지점이 정상 가동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시중은행 지점장은 “은행 지점은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소수 직원이 응대해야 하는 팀 단위 구조”라며 “개별 성과 위주의 성과보상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