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은 원하는데…아라뱃길 유람선 안된다는 서울시

현장에서

'한강 여객선' 시민 72%가 찬성
환경단체 "습지 파괴" 반대
시는 정부 요구에도 꿈쩍 안해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린 25일 오전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인근 한강 둔치. 이곳엔 배가 임시로 정박할 수 있는 간이 선착장이 조성돼 있다. 임시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한강 하류로 내려가자 국회의사당과 절두산 순교성지, 선유도, 상암동 하늘공원, 행주산성의 모습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현재 한강 유람선은 여의도에서 선유도까지만 운항한다. 기자는 이날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가 임시로 마련한 배를 타고 여의도를 출발해 아라뱃길(김포항~인천항)을 거쳐 인천항으로 향했다.여의도에서 출발한 지 40여분 만에 아라뱃길의 출발 항구인 김포항에 도착했다. 김포항 갑문을 지나니 요트가 정박 중인 마리나 시설과 현대 프리미엄아울렛이 눈에 들어왔다. 김포항에서 인천항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가량. 수로 양측엔 잘 가꿔진 친수공간과 함께 자전거 도로가 정비돼 있었다. 고층 아파트만 보이는 현 한강 유람선과 달리 한강 하류의 주요 명소와 아라뱃길의 다양한 경관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시민들이 여의도에서 아라뱃길을 통과한 뒤 김포항을 지나 서해로 나가는 유람선을 타기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유람선 운항 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환경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어서다. 수자원공사는 아라뱃길 관광 활성화를 위해 여의도부터 서해를 왕복하는 1000t급 관광 유람선 운항 허가를 계속 요청하고 있다.

걸림돌은 환경단체와 환경 분야 교수로 구성된 서울시 산하 한강시민위원회다. 이들은 유람선 운항 시 ‘한강과 인근 밤섬 습지가 파괴될 수 있다’며 반발한다. 과연 그럴까. 정부와 서울시는 한강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난 24일 여의도에 700t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선착장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와 환경단체의 논리대로라면 700t 선박은 환경 파괴 우려가 없고 1000t이 운항하면 환경이 파괴된다는 얘기다.한강시민위원회 위원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진한 아라뱃길 사업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게 정부와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위원들의 개인적 성향 때문에 막대한 예산이 든 국책 사업이 방치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서울에서 배를 타고 아라뱃길을 가보고 싶어하는 시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 서울시가 3월 시민 1085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2%가 한강 여객선 운항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서울시는 한강과 관련한 시민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한강시민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최근 시민위원회의 행태를 보면 일반 시민의 뜻과는 동떨어진 위원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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