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위기서 손잡은 김무성-문재인…메르스 이어 두번째

합의문 발표로 초당적 협력…"안보엔 여야 없다"
野 '대화 촉구' 요구 줄다리기끝 與 수용
공교롭게 여야 지도부 회동후 靑 '고위급 접촉' 발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2일 북한의 포격도발로 안보위기가 극도로 고조된 가운데 다시 손을 잡았다.지난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공동대응을 약속했던 양측은, 이번 안보 비상사태를 맞아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까지 포함하는 '2+2' 회동을 국회에서 열고 또 한번 초당적 협력을 다짐했다.

이날 회동은 북한이 군사행동을 경고한 상황에서, 국민의 불안감을 달래고자 정치권이 함께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 양측이 '이심전심'으로 공감대를 이뤄 성사됐다.

문 대표가 먼저 전날 오후 박광온 비서실장을 통해 양당 대표회동 개최를 제안했고, 김 대표 역시 김학용 비서실장을 통해 수용 의사를 밝혔다.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생각에 쉽게 의견이 일치된 셈이다.

그즈음 중국 출장 중 급거 귀국한 원 원내대표 역시 이 원내대표에게 회담을 제의하면서, 회동의 성격이 '2+2'로 확대됐다.

그러나 막상 회동에 뜻을 모은 양측은 이후 각자 마련한 초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는 후문이다.여당에서는 북한 도발 규탄과 여야 초당적 대응만으로 합의문 초안을 만들어 야당 측에 전달했다.

반면 야당측은 '평화적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간 대화 촉구' 내용이 합의문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물밑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새정치연합 이 원내대표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넣자고 제안했으나, 여당이 거부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결국 양측 비서실장과 새누리 김영우·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 등 4명은 전날 심야까지 대화를 이어간데 이어 이날 오전까지 회동해 합의문 초안 조율작업을 계속해야 했다.

회동 시각도 오후 3시로 알려졌다가 2시30분으로 당겨졌다.

진통 끝에 도출된 합의문에는 결국 야당의 요구대로 '남북대화 촉구' 등의 문구가 들어갔다.

양당 대표는 일단 합의가 이뤄지자 정쟁 대신 초당적으로 힘을 모으는 '통 큰' 모습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례적으로 20여분만에 회동을 마친 두 대표는 합의문을 번갈아 읽은 뒤 "자리를 제의한 문 대표에게 감사한다"(김 대표), "대승적으로 합의를 수용해 준 김 대표 및 새누리당 지도부에 감사한다"(문 대표)고 서로를 추켜세우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합의문 발표가 끝난 직후 청와대가 남북 고위급 회담 계획을 발표하자, 양측은 모두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일부는 야당의 요구대로 '대화 촉구'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을 두고 여당이 이런 기류를 미리 감지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다만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회담성사 소식을 듣고는 미리 알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양 대표의 대선주자 입지에도 이번 여야 합의가 플러스가 되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대표의 경우 '안보 이미지'를 앞세워 보수 지지층 응집을 꾀하는 상황에서, 국회 차원에서 초당적 협력을 끌어내는 모습을 거듭 과시한 셈이 됐다.

특히 문 대표측은 결과적으로 문 대표가 먼저 제안한 '남북간 고위급 접촉'이 현실화된데다 여야 합의 문서도 야당의 안을 대부분 관철하면서 안보 의제에서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이다.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번 회동이 두 대표에게 '윈-윈'이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김연정 기자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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