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일본 기업…기는 한국 기업] 미래로 달려가는 일본…주요기업 3곳 중 1곳 사상 최대 R&D 투자

올해 11조7940억엔 계획…6년째 늘어나
연료전지차·인공지능·로봇 등 '통 큰 투자'
신흥시장 겨냥…아시아 대학과 공동 연구
일본 주요기업들이 연구개발(R&D)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일본 주요기업 3개사 중 1개사꼴로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에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을 R&D에 투자할 계획이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 경제정책)를 통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기업들이 미래를 위한 투자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R&D 투자 6년 연속 증가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실시한 ‘2015년도 연구개발 활동 조사’에 따르면 주요 268개 일본 기업이 2015회계연도에 계획 중인 R&D 투자액은 11조7940억엔(약 110조4000억원)으로, 지난 회계연도 실제 투자액보다 4.7%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결산 한국 496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순이익(연결 기준, 61조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일본 기업의 R&D 투자는 6년 연속 증가하는 것으로, 응답 기업 3분의 1인 111개사가 사상 최대 규모의 R&D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기업별로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자동차 3사가 1~3위를 차지했다. 도요타는 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와 안전운전 지원을 위한 인공지능 개발 등에 올해만 사상 최대인 1조500억엔(약 14조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전년 대비 4.5% 증가한 규모다. 혼다(7200억엔) 닛산자동차(5300억엔) 등도 수천억엔 규모의 투자를 예정하고 있다.전기기계업종에서는 소니가 반도체 등에 4900억엔을, 파나소닉이 로봇기술과 주택관련 부문에 4700억엔을 투자한다.

업종별로는 기계·엔지니어링·조선업종의 증가세가 돋보인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전년 대비 16.1% 증가한 900억엔을 투자하는 등 기계·엔지니어링·조선업종은 2015회계연도 R&D 투자액을 전년 대비 6.1% 늘려 잡았다. 대부분 로봇, 항공기, 수소발전 등 신규 성장 분야에 집중할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동차업체를 중심으로 일본 제조업체들이 5~10년 앞을 내다보고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신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100조엔 실탄도 두둑올해 일본 기업 R&D 투자에서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아시아 등 신흥국을 겨냥해 이들 지역에 연구거점 및 인력 확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아시아 주요 대학과 산학협력을 통해 공동 연구개발에 뛰어들기도 한다. 미쓰비시중공업, 후지쓰 등은 중국 명문인 칭화대와 제휴했고 다이니혼인쇄, 미쓰이화학 등은 싱가포르국립대와 연계하고 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14.6%가 해외에서 산(産)·관(官)·학(學) 연계를 늘렸다고 답했으며 31.7%는 향후 늘릴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현지 연구인력을 통해 해당 국가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일본 기업들이 대규모 R&D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실적 개선으로 자금사정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3500개 상장사의 보유자금(현·예금 및 단기보유 유가증권)은 105조엔으로, 전년 대비 9% 늘면서 사상 첫 100조엔을 돌파했다. 엔화 약세에 힘입어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면서 현금이 쌓인 덕분이다.

일본 정부가 성장전략의 하나로 기업들이 R&D나 설비투자에 적극 나서도록 촉구한 영향도 있다. 지난 5일 일본정책투자은행이 발표한 ‘2015회계연도 설비투자 계획’을 보면, 일본 제조업체들은 전년 대비 24.2% 증가한 7조571억엔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일본 경제 거품기인 1988년 이후 27년 만에 최고 증가율이다.일본 기업들이 무섭게 치고 나가면서 한국 기업들과의 경쟁력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중호 게이오대 특임교수는 “일본 제조업체들이 일반 제조업에서는 중국을 당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친환경자동차, 로봇, 항공기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며 “일본 기업의 대규모 R&D 투자가 실적 부진으로 투자 여력이 줄어든 한국 기업에 향후 큰 위협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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