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대지 사용권 꿰뚫어 2100만원에 아파트 장만

정충진 변호사의 실전! 경매

'대지권 없음' 공지 물건
유치권 성립요건 미비

철저한 탐문 끝에 밝혀
2심 승소…이전등기 판결
2년 전 지인이 인천에 있는 호가 1억5000만원짜리 아파트(전용 59㎡)를 단돈 2100만원에 매입했다. 유치권과 대지사용권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아파트는 방 3개짜리 나홀로 아파트다. 감정가는 시세에도 현저히 못 미치는 9000만원이었다. 분양가는 1억5000만원이었고 당시 시세는 1억3000만원 정도였다.감정가격이 낮았던 것은 건물 부분만 경매로 나왔기 때문이다. 단지 대지권등기만이 없는 ‘대지권 미등기’ 매물이 아니라 아예 ‘대지권 없음’이 공지된 채 진행되는 물건이었다. 결국 낙찰자가 건물 철거를 면하려면 대지지분을 토지주로부터 사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건물 신축에 관여한 공사업자가 공사대금을 못 받았다는 이유로 거액의 유치권을 신고해두고 해당 호수에 거주하며 점유하고 있었다. 유치권 신고금액은 지연이자를 포함해 1억5000여만원이었다. 유치권이 진짜라면 낙찰자가 그 금액을 전액 떠안아야 한다. 더구나 해당 아파트의 전소유자가 유치권이 허위라는 전제 아래 명도소송을 진행했으나 유치권이 성립한다는 이유로 패소판결을 받은 물건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 물건은 무려 다섯 번이나 유찰돼 최저응찰가격이 1512만6000원으로 떨어져 있었다. 감정가 대비 17% 수준이다.지인은 이 물건을 유치권자의 측근 혹은 사건의 관계자로 추정되는 3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2189만7000원에 낙찰받았다. 물론 사전에 필자가 철저히 법리검토를 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해준 뒤였다.

잔금납부 후 곧바로 유치권자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토지소유자를 상대로는 토지지분을 무상으로 이전하라는 소송을 병합해 진행했다. 당시 유치권자가 버젓이 확정판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건명세서에 대지권이 없다고 분명히 공지된 물건에 무익한 소송을 제기한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게 도전했다.

지인은 1심에서 완패했지만 2심에서 승소했다. 철저한 탐문을 통해 유치권 성립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대지지분은 전유부분(건물)의 소유자에게 무상으로 이전해 줘야 하는 것이 틀림없는 법리였다.유치권자는 조건 없이 건물을 명도함과 아울러 그동안 남의 아파트를 부당하게 사용·수익하였으니 지금까지의 임료 전액 및 그에 대한 이자까지 지급하고, 토지소유자는 무상으로 대지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는 판결이었다. 그동안 밀린 임료 및 이자만 해도 낙찰금액을 웃돌아 결국은 임료로 투하원금을 전액 회수하고도 번듯한 아파트 한 채가 거저 생긴 셈이었다. 소송을 하는 중에 8000만원이던 이 아파트의 전세가는 1억원으로 상승했다. 전세만 놓아도 투하금의 5배에 달하는 수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경매로 출중한 수익을 내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절실함에 기반을 둔 열정과 공부, 그리고 용기가 있다면 가능하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정충진 <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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