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일어나 같이 살자"…日 위안부 피해 할머니 네팔에 성금

할머니 10명이 쌈짓돈 모아 500만원 국제개발단체에 전달

"우리는 여러분이 도와주셔서 행복하게 사는데, 텔레비전을 보니 (지진의 참상이) 너무 기막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빨리 일어나서 같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지진으로 신음하는 네팔인들을 도우려 쌈짓돈을 모아 내놨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김군자(90)·이옥선(89)·다른 이옥선(89) 할머니는 12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동 영화사에 자리 잡은 불교계 국제 개발단체인 지구촌공생회를 찾아 성금 500만원을 전달했다.

이 성금은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할머니 10명이 십시일반 모은 돈이다.김군자·이옥선 할머니가 각각 200만원을 내놓았고, 다른 이옥선 할머니를 비롯해 김순옥, 유희남, 강일출, 정복수, 박옥선, 김외한, 김정분 할머니가 저마다 10만∼30만원씩을 보탰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할머니들이 네팔 소식을 방송으로 보시고 지난 일요일 나눔의 집 회의에서 십시일반하자고 뜻을 모으시더니, 적지 않은 돈을 내놓으셨다"고 말했다.

나눔의 집 할머니들은 그동안 피해자로서 힘든 여정을 살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 세계인들의 도움을 받고 희망을 품고 살고 있다며, 작은 정성이 지진으로 모든 것을 잃은 네팔 국민에게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이날 지팡이를 짚고 행사에 참석한 이옥선 할머니는 "텔레비전을 보니 너무 기가 막히고 말도 못할 정도로 안타까워서 할머니들끼리 얘기해 조금 모아 왔다"며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휠체어에 의지해 전달식에 나온 김군자 할머니는 "TV에서 (네팔 현장을) 보니 너무 기막히고 서글프더라"라면서 "성의껏 했지만, 우리가 많이 돕지 못해 죄송하고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복구가 빨리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자리한 다른 이옥선 할머니도 "여러분의 도움으로 우리는 이렇게 잘 사는데 너무 슬퍼 어떻게 하면 도와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떻게든 빨리 일어나서 같이 살아야 된다"고 말했다.지구촌공생회는 이날 할머니들에게 받은 성금을 네팔 현지에 설치한 구호본부를 통해 식수·식량 등 긴급구호품을 전달하고 피해 지역을 복구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구촌공생회 이사장인 송월주 큰스님은 "원래 할머니들은 성금을 조용히 전달하고 싶어하셨는데 언론에 알려지면서 이렇게 전달식을 열게 됐다"며 "이 성금을 네팔 현지에서 사람들을 돕는 데 요긴하게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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