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9호선 대란' 자초한 뒷북행정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서울 강남을 가로지르는 지하철 9호선 2단계 연장구간(신논현역~잠실종합운동장역) 개통 후 첫 출근일인 지난 30일. 우려했던 안전사고는 없었지만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긴급 기자설명회를 열고 ‘9호선 출근 대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시 고위 관계자는 “2012년부터 기획재정부에 열차 증차 예산을 요청했지만 의견 차이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어찌됐든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서울시의 잘못”이라고 인정했다.9호선 대란의 원인은 실제 이용자 수(하루 38만명)를 훨씬 밑돈 예측치(24만명)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를 바로잡을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열차 대수를 미리 늘렸다면 지금의 9호선 대란은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전직 시 고위 관계자의 지적이다.

열차 증차 논란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재부와 서울시는 9호선 3단계 건설사업 예비타당성조사 용역을 2005년 실시하면서 전 구간(1~3단계) 개통 시 198대의 열차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당시 정부는 전체 198대 중 130대에 대해서만 국비 지원액(총 구입비의 40%)을 배정해 놨다. 서울시가 나머지 68대분에 대한 국비 지원액을 기재부에 요청한 건 그로부터 8년이 흐른 2013년 7월이었다. 시는 이때서야 열차 구입비 국비 반영을 위한 전담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시 관계자는 당시 “2006년에는 9호선 건설이 시급한 때여서 예산 문제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국비 지원액만 받으면 지금도 늦지 않으니 9호선 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시는 기재부로부터 68대분에 대한 예산 지원을 받아내는 데 실패했다. 9호선은 운행 중인 노선이기 때문에 초기 차량 구입비로 볼 수 없다는 게 기재부의 논리였다.본지가 지난해 3월31일 보도한 ‘9호선 차량비 논란…서울시의 뒷북 행정’ 기사 내용이 현실화된 것이다. 시의 이런 ‘뒷북’ 행정은 고스란히 9호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피해로 돌아왔다. 무료버스같은 임시대책으론 어림도 없었다. 열차 증차를 제때 하지 못한 서울시 간부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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