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덕에 작년 국민소득 2만8000弗 넘어

한은 '2014 국민계정 잠정치'

작년 실질성장률 3.3%에도 GNI 7.6%↑…저유가도 기여
실물경제 살아나지 않으면 올해 '소득 3만弗' 어려워
지난해 국민소득이 1인당 2만8000달러를 넘어섰다. 3.3%의 저성장 속에서도 3만달러에 다가설 수 있던 것은 원고(高)·저유가의 축복이었다. 9년째 갇혀 있는 ‘2만달러 함정’을 올해는 벗어날까. 낙관론은 최근 다소 시들해졌다. 저성장 우려가 여전한 데다 환율 등 여건도 더 이상 유리하지 않다.
○국민소득 올린 ‘원高 마법’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8180달러(약 2968만원)로 전년(2만6179달러)보다 2001달러(7.6%) 증가했다. 국민총소득은 한 해 국민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벌어들인 부가가치까지 모두 더한 것이다.

1953년 국민소득 67달러에 불과한 한국 경제는 1994년 1만달러를 돌파하며 중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2006년 2만달러대에 진입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부침을 겪었다. 그래도 올해는 2만달러 시대를 졸업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달러 표시 소득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 때문이었다. 저유가로 인해 수입가격이 내리는 등 교역조건도 나쁘지 않았다.

실제로 작년 실질 경제성장률이 3.3%에 그쳤는데도 1인당 국민소득이 7.6% 급등한 데엔 원화강세의 힘이 컸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3.8% 급락(원화가치 상승)했다. 교역조건 역시 나아져 무역손실 규모가 전년보다 감소했다.○실물경제 살아나야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진입하면 9년 만에 2만달러 시대를 졸업하게 된다. 12년이 걸린 싱가포르(1994~2006년), 네덜란드(1992~2004년)보다는 조금 이르다. 하지만 일본(1987~1992년)이 5년 걸린 것과 비교하면 빠른 것도 아니다.

3만달러 달성이 더 늦춰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경기회복세가 더디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작년 3분기와 4분기 경제성장률(잠정치)은 전기 대비 0.8%와 0.3%에 그쳤다. 한 달 전 나온 속보치보다 각각 0.1%포인트 하향 조정된 수치다. 세수 부족 탓에 정부의 재정 여력이 떨어지면서 건설투자 등이 큰 타격을 받았다.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4%에서 좀 더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2월 소비와 투자가 예상보다 부진해서다.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1.75%로 내렸지만 실물경제 활기가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국민소득의 디딤돌이 됐던 ‘원화 강세’도 작년이 마지막일 수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올해 단행되면 원화가치가 다시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저유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유가가 낮아 기업의 교역조건은 계속 좋아지고 있다”며 “올해 3만달러 달성이 불가능하진 않다”고 말했다.

○체감경기는 한겨울1인당 국민소득에서 가계 몫인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56.0%로 전년(56.1%)보다 낮아졌다. 2010~2012년의 55%대에선 벗어났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60.3%(2008~2012년)를 크게 밑돈다. PGDI는 세금과 연금 등을 빼고 개인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으로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집집마다 허리띠를 졸라맸다. 돈을 안 쓰고 쌓아놓다 보니 가계순저축률이 지난해 6.1%로 전년보다 1.2%포인트 올랐다. 2004년(7.4%) 이후 최고치다.

김영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가계저축률이 높은 것은 경제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다만 (현재의) 가계 소비성향이 낮아 경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미/김우섭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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