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美합참의장 방한 앞두고 '사드' 또 엇박자

美합참 부국장 "사드 논의될 것"…韓 합참 "공식의제로 합의 안돼"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의 방한을 앞두고 한미 군 당국이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주한미군 배치 논의 여부를 놓고 또다시 엇박자를 내고 있다.미국 합동참모본부의 데이비드 스틸웰 아시아담당 부국장이 뎀프시 합참의장의 방한 때 사드가 논의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우리 군은 공식의제로 다루기로 합의한 바 없다며 이를 부인했다.

스틸웰 부국장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서 열린 미일동맹 관련 토론회에서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의 일본·한국 방문에서 사드와 중국과의 협력 등 여러 사안들이 모두 중요하게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2일 보도했다.

스틸웰 부국장은 또 "사드는 지역방어의 핵심요소이며 한국 안보에 더 기여할 수 있다"고 언급, 미 정부의 주한미군 사드 배치 검토가 상당히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그러나 한국 합참은 이런 보도에 대해 입장자료를 내고 "미국 합참의장의 방한시 사드 배치에 관해 공식의제로 다루기로 합의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는 한미 간에 공식 협의가 시작되지 않아 이번 한미 합참의장 회담에서 다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의 핵심 관계자도 "이번 한미 합참의장 회담에서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는 공식 의제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사전 협의과정도 없이 합참의장급 회담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다루는 것은 국제관례상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26∼28일 방한할 예정으로, 오는 27일 최윤희 합참의장과 회담을 갖고 같은 날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예방할 예정이다.

한미 합참의장 회담에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비 방안 등 양국 국방현안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 군이 공식 의제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비공식 의제로라도 한미중 3국 간의 대형 안보 이슈로 급부상한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한미 양국이 주한미군 사드 배치의 논의 여부를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로버트 워크 미국 국방부 부장관이 작년 9월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간담회에서 "세계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사드 포대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그 일(사드 배치)이 맞는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리 국방부는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와 관련해 미 국방부와 협의한 바도, 협의 중인 바도 없다"며 부인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주한미군 사드 배치 논의에 적극적인 반면 우리 정부는 소극적으로 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미 정부는 사드 개발 업체인 록히드마틴으로부터 인수하는 사드 체계 중 2개 포대 정도를 국외주둔 미군에 배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7개 포대로 구성된 미국 사드 프로그램의 인도 시점을 고려할 때 미국 입장에선 배치 지역 결정을 마냥 미룰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까지 주한미군 부대가 결집하는 평택은 미 정부가 사드 포대 배치를 검토하는 후보지로 꼽힌다.

우리 정부도 미측이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면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비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나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측은 탐지거리가 긴 전방기지모드 AN/TPY-2 사드 레이더가 평택 미군기지 등에 배치돼 자국의 미사일 기지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조기에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미측이 보유하게 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우리 정부는 미측이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공식 협의를 요청해올 때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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