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유전자 검사, 빗장 푼 美-옥죄는 韓

美 FDA, 유전자 분석 벤처기업 23앤드미 허용

가정에서 유전자 검사 길 열려…英·캐나다 등은 이미 허용돼
한국은 병원에서만 할 수있어…"규제 풀어야 헬스케어 발전"
23앤드미 창업자 앤 워치츠키
미국 유전자 분석업체 23앤드미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 유전질환 ‘블룸 증후군’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승인을 받았다. 영국 캐나다 등에서 하고 있는 서비스를 미국에서도 허용한 것이다. 민간기업이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만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의 변화가 한국 의료 규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FDA “혁신을 지지한다”

23앤드미는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아내인 앤 워치츠키가 2006년 창업한 미국 기업이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병 발병률, 약물에 대한 민감도, 유전적 특징 등 250여 종류의 분석정보를 99달러에 제공해 주목을 받았다. 23앤드미 홈페이지에서 주문한 분석 키트에 침을 뱉어 우편으로 보내면 유전정보를 분석받을 수 있다.

23앤드미의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만 50만명(2013년 기준)에 달한다. 하지만 FDA는 분석 정보의 정확성과 오남용 가능성을 우려해 2013년 11월 서비스 판매를 중지할 것을 명령했다.

FDA는 그러나 1년4개월여 만의 고민 끝에 블룸 증후군에 대한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승인했다. 블룸 증후군은 희귀 유전질환으로 성장 장애, 햇빛 등 자외선에 대한 과민증, 얼굴 모세혈관 확장증이 특징이다. 암에 대한 발병률도 높다고 알려졌다.

FDA 결정에 따라 미국에서도 사람들이 임신 테스트나 콜레스테롤 테스트처럼 블룸 증후군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가정에서 받을 수 있게 됐다. 알베르토 구티에레스 FDA 의료기기·진단보건센터(CDRH) 국장은 “이번 결정은 FDA가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업계 혁신을 지지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23앤드미는 향후 다른 검사도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한국 “의사 지도 있어야 가능”

국내에서는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에 따라 ‘의사의 지도’를 받는 병원에서만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SK케미칼과 디엔에이링크, 유한양행과 테라젠이텍스, 메디젠휴먼케어 등이 병원을 통해서만 개인 유전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용은 검사 수와 종류에 따라 약 30만~1500만원이다. 이용률은 미국에 비해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업계는 질병 예측과 관련된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는 병원이 아닌 곳에서도 소비자가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질병 진단과 달리 ‘질병 예측’을 의료행위로 규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와 국립보건연구원 공동 주최로 ‘질병 예측성 유전자 검사의 현황과 개선방안’ 공청회가 열렸지만 이후 명확한 대안이 나오고 있지 않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마크로젠 회장)은 “바이오와 헬스케어의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낮은 단계에서부터 규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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