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대출 재원 채권 20조…"은행서 사라" 관치 논란

연 2%대 전환대출 기준 나왔다

정부, 1년간 매도도 금지
금융위원회의 가계대출 구조개선 프로그램에 대해 은행들은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고정금리·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익률이 연 2%대로 그리 높지 않은 주택저당채권(MBS)을 최대 20조원까지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정책목표를 위해 은행들에 특정 금융상품을 강요하는 모양새여서 ‘관치 금융’ 논란까지 일고 있다.

금융위가 내놓은 고정금리 갈아타기 대출상품(안심전환대출)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MBS 발행을 전제로 깔고 있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이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은행들은 안심전환대출의 원리금을 받을 권리(대출채권)가 생긴다. 은행은 이 대출채권을 주택금융공사에 넘겨주고 돈을 받는다.원래는 여기서 은행과 주택금융공사의 거래가 끝난다. 주택금융공사는 은행에서 사들인 대출채권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에 기반해 MBS를 발행해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에 팔아 왔다.

하지만 금융위는 은행들이 주택금융공사에 대출채권을 넘기고 받은 돈으로 다시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MBS를 사야 한다고 못 박았다. 보유기간은 1년이다. 금융위가 안심전환대출 규모를 20조원으로 잡고 있어 은행들은 최대 20조원어치의 MBS를 매입해야 한다. MBS 금리는 연 2%대로 주택담보대출(3~4%)과 신용대출 금리(4% 이상)보다 낮다.

은행권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그렇지 않아도 은행 수익성이 떨어지는 판에 저수익 상품을 강제로 사야 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며 “시장에 자율성을 주겠다고 수차례 약속하더니 결국 관치금융이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MBS를 많이 사면 은행 자산이 감소하는 부작용이 생긴다”고 지적했다.금융위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고 설명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 주택대출이 안심전환대출로 전환되면 은행에 현금이 쌓여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질 우려가 있다”며 “MBS 매입을 통해 이를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수익성 저하를 막기 위해 주택신용보증기금에 내야 하는 출연료를 1000억원 이상 깎아주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은행들도 금융시스템의 일원이고 넓은 의미에서 시스템 안정을 위해 기여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박한신 기자 cosmos@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