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안서고 커피 주문…스타벅스 회장도 반했다

블루투스 기반 O2O(Online to Offline) 기술 개발한 아이팝콘

고주파로 소비자 동선 파악…쿠폰 등 스마트폰에 전송
국내 1만3000개 매장 적용…베트남 현지 서비스도 시작
2013년 스타벅스코리아 사이렌 오더 기획팀은 고민에 빠졌다. ‘줄을 서지 않고 커피를 주문할 방법이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스마트폰을 통한 주문 서비스인 사이렌 오더를 기획했지만, 고객이 어떤 매장에 있는지 파악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에서 고객이 직접 매장 위치를 찾아 주문하게 하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고민은 국내 벤처기업인 아이팝콘을 통해 해결했다. 사람은 들을 수 없는 높은 주파수 영역의 소리를 매장에 틀어주는 방법이다.
스타벅스 매장 주문대 위에는 스피커 하나가 달려 있다. 매장마다 다른 고유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스마트폰은 이 소리를 듣고 사용자가 어느 매장에 있는지 파악한다. 작년 5월 세계 스타벅스 매장 중 한국에서 처음 모바일 주문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오준호 아이팝콘 대표는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이 보고를 받고 ‘원더풀’이라고 외쳤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해외 스타벅스 매장에도 아이팝콘 기술을 제공하는 방안을 몇몇 국가 지사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인터넷 기업과 제휴러브콜을 보낸 것은 스타벅스만이 아니다. 아이팝콘과 또 다른 벤처기업 열두시가 함께 만든 O2O(온·오프라인 연결) 상거래 플랫폼 ‘얍’은 베트남 최대 인터넷 기업인 VNG와 조인트벤처를 만들고 지난 14일 현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VNG는 인터넷포털과 모바일메신저, 게임사업까지 아우르는 기업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넥슨을 합쳐놓은 셈이다.

오 대표는 “한국에선 지난해 6월 선보인 서비스”라며 “베트남은 한국보다 스마트폰 보급률은 떨어지지만 젊은 층 비중이 한국보다 월등히 높아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인구 9000만명 중 스마트폰 사용자는 2000만명을 넘는다.

얍은 고주파와 저전력 블루투스를 활용해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에 맞게 할인 쿠폰과 쇼핑 정보, 멤버십 적립, 결제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한국에선 CU GS25 반디앤루니스 TGIF AK플라자 현대아울렛 등 전국 1만3000여개 매장에서 적용하고 있다. CU 편의점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늘은 OO음료를 20% 할인한 가격에 살 수 있다”고 알려주는 식이다. 그는 “고주파는 문을 닫으면 소리가 새나가지 않아 매장에 들어온 고객에게 정보를 보내는 용도로 알맞고, 블루투스는 투과성이 있어 매장 밖을 지나가는 고객에게 정보를 보내기에 적당하다”고 설명했다.○오랜 노하우와 기술력이 강점

O2O 시장은 대기업까지 뛰어들면서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시럽이란 이름으로 블루투스 기반 O2O 서비스에 나선 SK플래닛은 9월엔 관련 기업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숍킥까지 인수했다. 고주파를 이용해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을 가진 기업이다. 옐로모바일 역시 고주파와 블루투스로 O2O 서비스를 하는 퍼플즈를 최근 인수했다.

덩치 큰 기업들 사이에서 얍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는 일찍부터 닦아놓은 기술력과 영업망 덕분이다. 아이팝콘은 2011년부터 KT 신한카드 삼성 등에 스마트월렛을 대신 만들어 서비스해주던 회사다. 오 대표는 “앱을 만들면서 다양한 상점과 제휴를 맺었고, 이런 경험과 네트워크가 지금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하드웨어 기술이 있는 것도 다른 O2O 회사와의 차별점이다. 얍에 쓰이는 모바일 스탬프가 대표적인 예다. 실물 도장을 스마트폰에 대고 누르면 화면에 멤버십 도장이 찍힌다. 카페 띠아모는 일부 매장에서 시험적으로 써본 뒤 반응이 좋아 전 매장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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