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경기 살리자"…'침체 늪' 골프업계 구하기

朴 대통령 "공직자 골프 금지령? 그건 아닌데…"

카지노보다 높은 소비세율·종부세 등에 골프장 '비명'
해외골프관광객 200만명…매년 4조원 가까이 유출
골프장 '가뭄의 단비' 기대…김영란法 등 여전히 변수
박근혜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사실상 ‘골프 금지 해제’를 지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가와 골프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공무원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골프장 근처에는 얼씬도 못할 정도로 담을 쌓고 살았다. 골프장들도 내수 침체로 줄어든 내장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그린피를 인하하는 등 출혈경쟁을 벌이면서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비 부진에 ‘골프 해금’?박 대통령은 골프를 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골프에 대해서도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업계 내부에서도 박근혜 정부에서 골프 시장이 활성화되기는 힘들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했다.

때문에 이날 박 대통령이 “골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은 사전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은 소비 부진 등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경제 여건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내수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공직자들에 대한 ‘골프 금지령’을 해제함으로써 세월호 이후 눈에 띄게 움츠러든 각 경제주체들의 소비심리를 진작시키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다렸다는 듯이 “특별소비세 등의 부담으로 해외로 나가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한 것도 밖으로 빠져나가는 소비를 국내로 돌려야 한다는 데 정부 내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해외 골프 관광객은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여서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해외 골프 관광객은 2013년에 197만명을 기록했고 관련 지출액만 3조90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박 대통령이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미국과 세계연합(유럽 제외)팀 간의 골프 대항전인 ‘2015 프레지던츠컵’의 ‘명예의장’을 맡은 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세금 얼마나 낮아질까

국내 골프산업은 골프장 회원권 23조원, 골프 의류 1조7780억원, 골프연습장 1조2051억원 등 32조원대로 추산된다. 사치업종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단시일 내 급속한 대중화가 이뤄져 내수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

골프장들은 이번 기회에 내장객들에 대한 과세가 얼마나 완화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골프 라운딩에는 1인당 개별소비세 2만1120원이 부과된다. 골프장들은 카지노에 붙는 6300원보다 3배가량 비싸다고 하소연한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취득세 등도 대부분 다른 업종들보다 세율이 높다. 1988년 올림픽을 위해 부과됐던 체육진흥기금(3000원)도 골프장만 유일하게 내고 있다.윤원중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사무국장은 “골프장마다 산림보호 차원에서 전체 부지의 20%를 원형보전지로 두고 있는데 이를 비업무용 토지라고 해서 중과세를 하고 있다”며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수준으로 낮춰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골프장 사장은 “최근 골프장이 어려워지면서 임직원들과 일용직, 캐디들이 일자리를 잃고 인근 식당가들도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며 “골프를 죄악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공무원들 “아직은… ”

하지만 이번 ‘해금’으로 공직자들이 자유롭게 골프장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1년 전에도 골프 금지령이 풀릴 듯한 분위기가 마련됐지만 세월호 참사가 터진 뒤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최근에는 공직자 등에 대한 향응을 엄하게 처벌하도록 하는 ‘김영란법’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어 섣불리 골프장을 찾아갔다가 어떤 낭패를 볼지 모른다는 게 공무원들의 불안감이다. 방만경영 척결에 나서고 있는 공공기관 임직원들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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