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76년 전통 로리스 더 프라임 립, 굽지 않고 5시간 동안 통째 익혀…별난 스테이크, 육즙 살아있네

Luxury & Taste

전세계 매장 10곳 뿐
실버 카트에 끌고 다니며
셰프가 직접 1인분씩 커팅
황토색 원피스에 흰색 앞치마를 두른 여성이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음식을 나르고 금발의 요리사가 커다란 은색 카트를 밀고 와 고기를 잘라 준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미국 레스토랑 ‘로리스 더 프라임 립’에 가면 마치 미국 고전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로리스 더 프라임 립이 미국 비벌리힐스에 처음 문을 연 것은 1938년이다. 창업 후 76년이 지났지만 새로운 체인을 낼 때마다 전통적인 미국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내건다. 건물 한 채를 통째로 쓰거나 한 층을 다 써야 하며, 층고가 높아야 한다는 조건도 따라붙는다. 그 때문인지 체인이 많지 않다. 지난해 11월 개점한 서울 매장이 전 세계 열 번째 체인이다.

대표 메뉴는 프라임 립이다. ‘프라임’ ‘초이스’ ‘셀렉트’ 등으로 나뉘는 미국 소고기 중 최상위 등급 갈비로 만든 요리다. 크기에 따라 캘리포니아 컷, 잉글리시 컷, 로리 컷, 짐브래디 컷이 있다. 이 중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285g의 로리 컷이다. 캘리포니아 컷이 160g으로 가장 작고 짐브래디 컷이 450g으로 가장 크다. 잉글리시 컷은 185g인데 고기 한 덩어리가 나오는 다른 컷과 달리 세 조각으로 얇게 썬 것이 특징이다.

주문을 마치면 미국의 전통적인 메이드 복장을 한 종업원이 대야만한 샐러드볼에 양상추, 로메인 등을 가득 담아 카트에 싣고 온다. 종업원이 샐러드볼을 힘껏 돌리더니 옆에 있던 드레싱을 집어 머리 높이에서 붓고 커다란 숟가락으로 채소를 뒤섞는다. 그러는 사이에도 샐러드볼은 계속 돌아간다. 주요리가 나오기 전에 선보이는 ‘스피닝 보울 샐러드’다.
샐러드로 입맛을 돋우고 나면 요리사가 은색 ‘실버 카트’를 끌고 온다. 실버 카트는 음식을 운반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그 안에서 익히는 조리기구다. 소갈비를 통째로 집어넣고 100도 미만의 열을 가해 5시간 동안 익힌다. 이런 요리 방식을 ‘로스팅’이라고 한다.

고기를 불에 구워 익히는 스테이크와 차이가 있다. 육즙이 덜 빠져 고기를 촉촉하고 부드럽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로스팅의 장점이다. 이런 방식으로 소고기를 요리하는 식당은 로리스 더 프라임 립이 국내에서 유일하다. 한 대 가격이 3000만원을 넘는 실버 카트 역시 여기에서만 볼 수 있는 명물이다.실버 카트에 있는 고기는 ‘카버’라고 불리는 전문 요리사가 썰어준다. 손님이 원하는 정도로 익은 고기를 원하는 크기만큼 잘라내는 것이 카버의 역할이다. 한 조각 썰어 입에 넣으니 육즙이 흘러나와 촉촉한 기운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서양식 고추냉이로 만든 호스래디시 소스를 찍어 먹으면 느끼한 맛을 줄일 수 있다. 프라임 립에는 으깬 감자와 영국식 빵인 요크셔 푸딩이 함께 나온다. 디저트로는 산딸기 케이크, 바닐라 아이스크림, 크림 파이 등이 있다.

총 250석이며 프라이빗룸이 다섯 개 있다. 프라이빗룸 다섯 개 중 두 개는 단 두 명만 이용할 수 있는 VIP룸이다. 나머지 세 개는 6~12명이 이용할 수 있는데 벽을 없애면 최대 50명이 모여 연회를 할 수 있다.

글=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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