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노란 부표만 덩그러니…애타게 찾는 실종자는 보이질 않고

해군구조보트 타고 사고해역 돌아보니…

사고해역 암초 많아 그물망 설치 어려워
30여척이 주변 돌며 시신유실 막기 안간힘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에 투입된 잠수사들이 지난 22일 저녁 동료의 도움을 받아 보트에 오르고 있다. 해군 제공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7일째인 지난 22일 오후 4시19분. 기자들을 태운 해군 인원이송정 ‘YUB가-849호’가 진도 팽목항을 출발했다. 최대 시속 25노트인 이 배는 사고 해역을 돌며 선체 내부에서 이탈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시신을 수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팽목항을 떠난 지 약 1시간이 지난 오후 5시15분 사고 현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들의 구조 활동이 한창이었다. 세월호는 이미 선체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인근에 정박 중인 ‘2003 금호’ 크레인 바지선과 세월호의 머리부분인 선수에 연결된 노란 부표 2개가 세월호 침몰 지점을 알리고 있었다.

22일은 사고 해역인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방 17.3㎞ 지점의 유속이 가장 느려지는 소조기였다. 구조 활동의 어려움이 그만큼 줄어드는 시기인 만큼 노란 부표 주변에서는 해경 및 해군 보트 4대가 분주히 움직였다.

사고 지점 바로 옆에 정박 중인 바지선 위에서는 잠수사들이 구조 활동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잠수사들은 바지선에서 바로 입수해 세월호로 접근한다. 바지선과 노란 부표 사이에는 이들을 세월호로 인도하는 ‘가이드라인’의 존재를 알리는 주황색 부표가 떠 있다. 잠수사들은 이 가이드라인을 잡고 세월호로 들어간다. 해군은 이날 세월호 우현 4층 선미 부분을 집중적으로 수색했다. 단원고 여학생들이 주로 투숙했던 곳이다. 해군 대원들은 선미 부분에 있는 넓이 1㎡, 두께 9㎝의 창문을 깨고 선내로 진입해 실종자들의 시신을 수습했다. 이날부터 주로 여학생의 시신이 팽목항으로 옮겨지고 있는 이유다.

바지선 주변에는 해군 독도함, 청해진함, 평택함 등이 현장 지휘와 지원에 나서고 있다. 독도함은 해군참모총장이 머물며 사고 현장을 지휘하는 곳이다. 청해진함과 평택함에는 잠수병에 걸린 잠수사를 치료하는 ‘감압체임버’가 설치돼 있다.

청해진함 감압체임버에선 마침 해군 특수전전단(UDT) 소속 대원 1명이 잠수병을 치료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청해진함 감압체임버에선 민간 잠수사 2명을 포함한 6명의 잠수사가 치료를 받았다. SSU 고위 관계자는 “잠수사 중에서는 하루에 2~3회씩 바다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며 “청해진함에 설치된 치료용 체임버는 한 대지만 심해잠수용인 포화 잠수용 체임버까지 동원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활동이 길어지면서 시신의 유실을 막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었다. 사고 해역은 암초가 적지 않아 그물망 설치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해군은 사고 현장 중심에서 1마일(해상기준 약 1.8㎞), 3마일, 7마일, 10마일 거리에 함정 30여척을 배치해 두고 있다.

소조기지만 바닷속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고 해군은 전했다. 한 관계자는 “정조시간이 맞지 않아 직접 현장에서 유향유속계를 내려 체크한 다음 잠수사를 투입하고 있다”며 “정조시간에도 실제 유속은 2노트에 달해 잠수기준 1노트보다 물살이 센 편”이라고 말했다.

진도(세월호 침몰해역)=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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