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좋은 길 점령한 불법 분양 현수막

부동산 프리즘
분양 성수기를 맞아 주말에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이 수도권 도로 곳곳을 뒤덮고 있다. 이들 현수막 설치는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지 않아 위법이지만 건설사와 분양업체는 타깃 마케팅을 위해 이를 강행하는 양상이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지자체들은 최근 분양 현수막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주말마다 분양 현수막이 주요 도로를 뒤덮음에 따라 이를 단속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주로 금요일 밤에 현수막을 건다. 공무원이 쉬는 토·일요일에 현수막이 철거당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주말에 내거는 현수막을 ‘게릴라 현수막’이라고 분양 담당자들은 부른다.

건설업체들은 한꺼번에 최고 수백장씩 현수막을 내건다. 사업장 인근 지역 도로가 주요 대상이다. 경기 하남시 미사지구에서 분양한다면 하남시와 인근 서울 송파지역 주요 도로에 현수막을 내건다. 통상 청약자의 절반 정도가 주변 지역 거주자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A건설 관계자는 “현수막을 보고 문의하는 고객이 많다 보니 벌금을 감수하고 현수막을 설치한다”며 “확정수익률 보장 등 자극적인 문구를 넣을수록 문의전화가 많다”고 말했다. B건설 관계자는 “현수막은 장당 제작비가 2만원 전후로 저렴하고, 타깃 마케팅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는 벌금 부과로 대처하고 있다. 벌금은 현수막 1장에 80만원 수준이다. 송도경제자유구역청 등 일부 지자체는 주말임에도 인력을 동원해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강동구청 관계자는 “인력이 모자라 모든 현수막을 바로 수거하거나 벌금을 부과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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