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날씨예보…허탕친 겨울장사

"추운 겨울 온다" 예보에 물량 10% 이상 늘렸지만…

방한의류 등 절반도 안팔려…유통업계, 재고 속앓이
명품 다운재킷 열풍…캐나다구스, 나홀로 웃음
낮 최고 기온 6도로 열흘 가까이 포근한 날씨를 이어가고 있는 20일. 서울 신촌의 현대백화점 7층엔 ‘40%’ ‘30%’ 등 할인 판매를 알리는 표시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이곳은 아웃도어 브랜드가 모여 있는 곳. 한 매장 직원은 “올겨울은 매우 추울 것이라던 예상이 빗나가면서 업체마다 재고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며 “이상열기가 일어나며 ‘신등골브레이커’로 불리기도 한 캐나다구스와 몽클레르를 제외하면 올해 겨울장사를 잘한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겨울옷 반도 못 팔아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영캐주얼 온앤온은 따뜻한 겨울 때문에 낭패를 봤다. 올겨울 추위에 대비해 준비한 패딩상품을 52%밖에 팔지 못했다. 다른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확보한 물량의 40~50%밖에 팔지 못한 곳이 부지기수다. 작년엔 준비된 물량 대비 판매율을 말하는 소진율이 평균 74%에 달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 겨울 90%에 달했던 패딩점퍼 및 코트 소진율이 올겨울엔 70% 선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대부분 백화점에선 60만원대인 노스페이스 헤비다운이 40만원대, 50만원짜리 라푸마 헤비다운은 29만원에 팔리는 등 대규모 할인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한 아웃도어 업체 관계자는 “소진율이 70%는 돼야 이익을 낼 수 있는데 50%를 넘긴 브랜드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동대문시장에서 의류상을 하는 김형식 씨는 “날씨가 추울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생산량을 늘린 업체가 많아 대부분 재고 부담이 크게 증가했을 것”이라며 “제품을 팔았다고 해도 그나마 정상가보다는 세일을 통해 판매한 게 많아 손해 폭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옷뿐만이 아니라 다른 겨울 상품도 판매가 부진하다. 이마트는 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난방가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0.8% 줄었다고 밝혔다. 편의점 CU에서는 대표적 겨울 식품인 호빵 판매가 지난해 겨울보다 6.8% 감소했다. 자동차용품점도 기대했던 ‘한파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서울 중랑구에서 자동차부품 상점을 운영하는 오모씨는 “스노타이어와 부동액 등을 대량으로 확보했는데 절반도 안 팔려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할인행사로 재고 줄이기 총력

겨울상품 판매가 부진한 것은 올겨울이 예상보다 따뜻했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올겨울이 예년보다 춥고 길 것이라고 작년 10월에 예보했다. 이에 따라 각 의류 업체들은 겨울 상품생산량을 평균 10% 이상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상청 예보는 빗나갔다. 지난달 서울 평균기온은 영하 0.7도로 지난해 1월보다 2.7도 높았다. 평년 기온(-2.4도)과 비교해도 따뜻했다. 2월 평균기온 역시 지난 19일까지 0.7도로 작년 2월보다 1.9도 상승했다. 한 아웃도어 대리점 사장은 “전년 겨울에 없어서 못 팔 정도였던 패딩점퍼가 올겨울 추위에 또 인기를 끌 것으로 보고 20% 정도 물량을 늘렸는데 낭패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의류업체는 재고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류업체는 재고를 줄이지 못하면 창고 임대료 등이 많이 들어 수익성이 악화된다. 반값에라도 팔아 현금을 확보하고 재고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8일부터 3월2일까지 전 점포에서 아웃도어 의류를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클리어런스 행사’를 진행한다. 신세계백화점도 28일부터 주요 아웃도어 의류를 40~60% 할인 판매하는 ‘아웃도어 대전’을 연다. 이미나 롯데백화점 영캐주얼 선임상품기획자는 “이월상품 할인 등 재고를 소진할 수 있는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민지혜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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