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양승조 '선친 전철' 발언에 초강경 대응 왜

野 '대선불복', 종교계 등 확산 움직임에 선긋기 해석
발언수위 '한계선 넘었다' 판단에 고강도 대응나선듯

청와대가 9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사실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도 '선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한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의 발언에 예상을 뛰어넘는 초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야권의 대선불복 움직임에 확실하게 선을 긋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양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언어 살인', '국기문란', '위해 선동조장, 무서운 테러', '민주주의에 대한 무서운 도전', '국가·국민 모독', '용서할 수 없는 야속한 말' 등 지금까지 청와대에서 나온 어느 표현 보다도 수위가 높은 단어들을 동원, 신랄하게 비판을 가했다.

이 수석은 전날 박 대통령의 사퇴와 대선 보궐선거를 요구한 민주당 장하나 의원에 대해서도 "계속적으로 대통령과 나라에 불안과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이 선택하고 선거로 뽑은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무너뜨리는 것이 그 사람들이 말하는 진정한 민주주의고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강한 톤으로 되물었다.

브리핑을 시작하면서 "제가 공식적으로 말씀드리는 가장 긴 논평이 아닐까 싶다"고 예고한 이 수석은 20여분간 강경한 메시지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 수석의 이러한 작심 비판은 양 최고위원 발언을 계기로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을 연결고리로 최근 계속되는 야권의 '대선 불복성' 움직임에 쐐기를 박기 위해 '역공'을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을 겨냥해 '대선결과에 불복해 혼란을 야기하는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정치권을 넘어 확산 기미를 보이는 대선불복 움직임에 더 이상은 '뒷짐'지고 있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지난달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의 시국미사를 시작으로 종교계 일각에 정권퇴진운동이 일고 있고,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라이벌이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최근 저서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을 비판하며 대선불복성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은 바 있다. 이 수석이 청와대 등 여권에 대한 민주당의 파상공세에 조목조목 반박한 것은 야권에서 일고 있는 일련의 '대선불복' 움직임과 무관치 않은 셈이다.

특히 장하나 의원과 양승조 최고위원의 발언은 '한계선'을 넘었다고 청와대는 판단한 듯하다.

박 대통령의 불행한 과거사를 들추고 더 나아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암살 가능성까지 암시한 것으로 해석될만한 발언은 상식적인 수준을 넘었다는 것이다.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이 양친을 흉탄에 잃고, 자신도 테러를 당해 목숨을 잃을뻔한 사실을 언급할 때는 감정에 복받친 듯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이 수석은 야당이 주장하는 '종북몰이'에 대해 "북한을 추종하며 우리 내부에서 암약하는 사람들에 대해 당연히 법으로 처벌해야 함에도 종북몰이를 한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고,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는 "지금 국정원법은 민주당이 집권할 당시 만든 법"이라며 "그때 왜 (개혁을) 안했는지부터 국민에게 해명하고 설명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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