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한방과학화 선구자' 최수부 광동제약 회장 별세

평창 골프장서 심장마비 추정

1963년 경옥고 가마 만들어 창업
광동탕·우황청심원 잇따라 히트
약재 직접 고르던 '영원한 현역'
광동제약 창업자인 최수부 회장이 24일 별세했다. 향년 77세.

강원 평창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30분께 평창군 대관령면의 한 골프장 사우나장에서 최 회장이 쓰러져 있는 것을 골프장 종업원들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한 일행은 경찰에서 “골프를 마치고 함께 사우나에 있다가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는데, 최 회장이 나오지 않아 종업원에게 알아봐 달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유족은 심장마비로 추정하고 사인을 조사 중이다. 최 회장은 27세이던 1963년 광동제약을 창업해 한방 감기약 ‘광동탕’, 동의보감 처방의 ‘우황청심원’ 등 한방약품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국내 한방 과학화를 이끌었다. 1999년 외환위기 당시 1차 부도위기까지 맞았으나 절치부심 끝에 영양음료 ‘비타500’을 선보이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생수 브랜드 ‘제주 삼다수’를 인수하는 등 왕성한 경영활동을 펼쳐왔다.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는 ‘무자기’(無自欺)가 경영철학이다.

최 회장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었다. 1936년 일본 규슈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일본에서 보낸 탓에 해방 후 한국에 와서는 우리 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했다. 뿐만 아니라 12세에 소년가장이 돼 아홉 식구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에 초등학교마저 중퇴했다. 이후 담배장사 엿장사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어려운 청년기를 보냈다.

군 제대 후 보약 ‘경옥고’를 만들어 팔던 고려인삼산업사에 외판원으로 입사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문전박대에도 불구하고 10번 이상 찾아가 고객의 마음의 문을 여는 영업으로 경이적인 매출을 올렸다. 평소 “영업사원의 역할은 물건을 파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때서야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진 계기도 이 시절이었다. 27세 때 ‘내가 직접 만들어 팔아보자’고 결심, 서울 서빙고동에 가건물을 지어 경옥고를 달이는 가마를 설치한 게 창업의 출발점이다. 외환위기로 부도 직전에 몰렸을 때는 종업원들이 스스로 보너스를 반납하고 최 회장은 보유주식 10만주(지분율 12%)를 종업원에게 무상 배분하는 상생경영으로 벼랑에서 탈출했다. 대한경영학회가 수영하는 경영자대상 등을 받았다. 최 회장은 지난 25년간 530명의 심장병 어린이에게 무료 수술을 지원했으며 장학재단(가산문화재단)을 만들어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 청소년을 돕는 등 사회공헌에도 앞장섰다.

유족으로는 아들 상원, 딸 진선 행선 지선 지원씨와 사위 안익모 이강남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 28일 오전 8시30분 광동제약 식품공장. 02-3010-2631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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