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 수집 금지 한달 남았는데…정부도 기업도 개인정보 수집 여전

대체 인증수단 마련 저조…홍보 부족에 기업들 혼란
국회·새누리당까지…주민번호 통해 인증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개정한 정보통신망법이 지난해 8월 시행된 이후 ‘6개월 계도기간’이 거의 다 지났는데도 이를 지키는 곳이 많지 않다. 법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개인정보 보호에 앞장서야 할 국회와 정부조차 인터넷 사이트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여전히 요구하고 있다.

◆계도기간 한 달 남아하루 방문자 수가 수천명에 달하는 한 인기 여성의류 쇼핑몰. 17일 오전 회원 가입을 시도해보니 여전히 ‘주민등록번호 입력’을 요구했다. 회사에 전화를 걸어 “법이 바뀌었는데 주민등록번호를 왜 입력해야 하느냐”고 묻자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대답했다.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는 방식을 마련하겠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은 계도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18일부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거나 이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1월 둘째주 기준으로 하루 방문자 수가 1만명을 넘는 국내 웹사이트 1235곳 중 회원 가입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곳은 500여곳에 불과하다. 웹사이트의 60%가량이 개정법을 준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정부조차 제대로 안지켜네이버와 다음, 넥슨 등 대형 사이트들은 새 시스템을 갖췄지만 대부분 중견·중소 사이트들은 전환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솔선수범해야 하는 정부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지식경제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정부와 국회 사이트는 개정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아이핀 인증’ 시스템을 갖췄지만 주민번호 실명 인증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 사이트는 주민등록번호를 통해서만 실명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늑장 대처도 문제방통위는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는 인증 방식으로 아이핀·공인인증서·신용카드·휴대전화 등 다양한 수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표적 인증 대체수단인 ‘아이핀’에 대한 사용자 인식은 여전히 낮다. 한 개인정보보호 전문가는 “국내에서 아이핀 등록자 수가 800만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본인 확인 방법이 다양해진 만큼 모든 사용자가 아이핀을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홍보 자체가 잘 안 됐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라고 말했다.

인증대행회사 관계자는 “통신사를 본인인증기관으로 지정한 것이 지난해 12월 말이었고 정부가 처음 업계 관계자 회의를 소집한 것도 지난 15일이었다”고 정부의 늑장 대처를 문제삼았다.

인터넷 사이트를 구축해주는 웹호스팅 업체 관계자도 “인증대행회사의 시스템 구축이 늦어지고 있다”며 “우리 업체에 딸려 있는 수많은 웹사이트들에 해당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없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충분히 가이드라인을 제공했고 방문자 수가 많은 업체 위주로 수차례 공문을 보내는 등 순차적 계도를 진행해왔다”며 “업계 특성상 계도기간이 끝날 때까지 버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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