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유치, 이건희 회장 007작전 통했다

"이 회장의 평창 올림픽 유치 활동은 한마디로 007 작전이었죠."

지난 1년 반 동안 이건희 회장의 유치활동 행보를 지켜본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12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던 순간 이 회장은 조용한 미소를 지었다. 남들처럼 얼싸안고 눈물 흘리며 감격하지는 않았지만 온 국민의 염원이 이루어진 데 대한 안심과 기쁨의 미소였다. 이 회장은 확정 후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만든 것"이라며 "평창 유치팀들이 고생이 많았다. 특히 대통령께서 오셔서 전체 분위기를 올려놓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합쳐져서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와 스포츠계에서는 이 회장을 이번 평창 유치성공의 일등공신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동안 이 회장의 유치활동과 관련한 일정은 늘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삼성그룹 역시 이 회장의 출국, 귀국, 미팅 일정 등에 대해 "모른다" "알려줄 수 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올림픽 공식 스폰서인 삼성전자 회장이라는 직함으로는 공개적으로 유치활동에 나서는 것이 금지돼 있었기 때문에 모든 일정을 비공개적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

대신 이 회장은 IOC 위원 자격으로 모든 동료 위원들을 일대일로 물밑 접촉해 지지를 호소했다. 평창의 경쟁도시였던 독일 뮌헨 유치를 지휘한 토마스 바흐 IOC 부위원장이 이 회장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는 상황에서 동료 의원들을 만나는 일 또한 쉽지는 않았다. 이 회장의 동선이 일부 언론을 통해 미리 알려진 뒤 해당 국가 IOC 위원이 예정돼 있던 만남을 취소했다는 소문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평창 유치에 대한 남다른 애착으로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 참석에서부터 이번 더반 IOC 총회까지 약 1년 반동안 11차례에 걸쳐 170일 동안 출장을 다녔다. 해외출장 기간 동안 총 이동거리만 21만km에 달하며 이는 지구를 5바퀴 넘게 돈 거리에 해당한다. 이 회장 스스로도 "만날 사람은 다 만났다"고 했다.

이 회장은 IOC 총회가 열리는 최후 결전의 장소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도 사위인 김재열 대한빙상연맹 회장을 데리고 개막 5일 전에 도착해 마지막까지 부동표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마침내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권을 획득, 오랜 꿈을 이루면서 지구 다섯 바퀴를 돌며 유치활동을 펼친 이 회장의 007작전은 성공리에 마무리됐다.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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