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한류' 꽃피운 기업 메세나] 금호는 '아티스트 등용문'…악기 무상제공부터 무대매너 교육까지

● 세계적 음악가들 어떻게 키웠나

회장이 '박수부대' 자청…오디션까지 주선…13년 동안 年 20억 들여 영재 1000명 발굴

"열음아,콩쿠르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프랑크푸르트에 들러서 스타인웨이 하나 골라라." 2005년 5월 고(故)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암투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루빈스타인 콩쿠르에 출전한 손열음 씨에게 한 말이다.

한국인 음악가 5명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를 휩쓸고,그 중 4명이 금호 영재 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예술영재 지원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77년 11월29일 창립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사장 박삼구)은 당시 금호그룹(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억원을 출자한 장학재단으로 출발했다. 클래식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서 1990년 한국 최초 직업 실내악단 '금호현악 4중주단'을 창단하고 1998년부터 음악 영재 발굴에 나섰다. 문화재단 전체 사업예산은 연간 60억원,이 중 영재지원사업에 약 2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회장이 '박수부대' 자청

1998년 금호 영재콘서트를 통해 손열음 씨를 눈여겨본 고 박성용 명예회장은 그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손씨의 콩쿠르 출전 때마다 "한국인으로서 박수 부대로 그곳에 직접 가서 응원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고,당시 집무실에 있던 피아노를 준 뒤 "새 피아노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2003년 뉴욕 필하모닉 지휘자 로린 마젤이 한국에 왔을 때는 손씨를 소개하기 위해 만찬과 오디션을 주선했고,그 결과 로린 마젤이 이듬해 뉴욕 필 내한 때 협연자로 쓰겠다고 발표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2004년 뉴욕 필 공연은 서울,대전,일본의 아시아 투어로 이어졌는데,박 회장님이 일본의 정치,경제 및 언론의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 만찬을 베풀고 손열음 씨를 소개해 도쿄 필 협연 등 일본 연주 무대가 마련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클래식 등용문' 오디션 연주회 병행'금호 콘서트'는 '클래식 등용문'으로 통한다. 금호아시아나재단은 매년 5월과 11월 두 차례 진행하는 '금호 영재' '금호 영아티스트' '금호 영체임버' 등 세 개의 콘서트 오디션을 통해 영재들을 발굴해왔다. 지금까지 발굴한 음악 영재만 1000명이 넘는다. 오디션 참가자들의 음악성과 장래성,한 시간 이상의 독주회 가능성 등을 평가한다. 클래식 음악계의 권위 있는 심사위원이 나서며 이를 통해 선발된 연주자들은 '금호영재콘서트 시리즈'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 시리즈' '금호영체임버콘서트시리즈'에서 데뷔 무대를 갖는다.

이 오디션을 통해 발굴된 음악 영재는 김규연,김선욱,손열음,조성진(이상 피아노),김혜진,권혁주,신현수,윤소영,이유라,레이첼 리,장유진,최예은(이상 바이올린),이정란,이상은(이상 첼로),성민제(더블 베이스) 등 주목받는 젊은 음악인들이다.

◆항공권 지원…헤어스타일까지 교육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1993년부터 세계적인 명품 고악기를 구입해 장래가 촉망되는 연주자들에게 무상으로 대여하는 '악기은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제이비 과다니니,과르네리,몬타냐나,테스토레 등 명품 바이올린과 로카,마치니 등과 같은 고악기 첼로를 포함해 22점의 악기를 갖고 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등이 고악기 임대 수혜자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연주자들이 꾸준히 연주활동을 할 수 있는 무대가 많은 게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며 "영재 발굴에서 그치지 않고 이들이 설 무대를 가급적 많이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금호 영 뮤지션 매너스 스쿨'도 있다. 음악도들이 국제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하기 위해 갖춰야 할 자기관리법을 가르치는 것.자신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프로필 작성법,사진 촬영 노하우는 물론 무대 매너,무대 화장법,헤어스타일 관리법,테이블 매너 등 실용적인 강의를 한다.


◆ 차이코프스키 콩쿠르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 3대 콩쿠르.피아노,바이올린,첼로,성악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부문별 최고 거장들이 심사하고 세계적인 매니지먼트사인 인터뮤지카,오푸스3아티스트,모스크바 필하모닉 소사이어티가 입상자에게 3년간 세계 무대 연주 기회를 준다. 우승자에게는 상금과 더불어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와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 협연 기회도 주어진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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