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새 총재 라가르드…신흥국 달래기 '숙제'

"이사회 유럽 비중 줄여라"…신흥국 불만해소 '발등의 불'

호텔 여성 직원 성폭행 혐의로 물러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후임에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55)이 28일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IMF가 1945년 출범한 이래 첫 여성 총재인 그는 다음달 5일 취임한다. 라가르드 신임 총재 앞에 놓인 과제는 산더미이고 하나같이 절박하다. 당장 그리스 재정위기를 진화해야 하는 데다 약속한 대로 IMF 지배구조와 조직도 개혁해 경제 비중이 커진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들의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

◆유럽을 터프하게 다룰까경제학자가 아닌 인물이 총재로 뽑힌 것도 라가르드가 처음이다. 열한 번째 유럽 출신 총재이며 스트로스칸 전 총재에 이어 다섯 번째 프랑스 출신이란 기록도 세웠다. 세계경제의 지뢰밭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를 잠재우려면 유럽인인 자신이 총재로 선출돼야 한다고 주장한 그다. 유럽인 총재로서 이해가 상충되지 않는 객관적 입장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나갈지가 최대 관심사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에스워 프래사드 선임 연구원은 "그는 그리스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지 않도록 막으면서도 특혜 냄새가 나지 않게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IMF가 그리스 정부와 국민들에게 지출 삭감과 증세를 요구해야 하고,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국내외 민간 채권자들의 손실 분담도 요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유로존에서 그리스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은 프랑스 은행들(448억달러로 추정)이다.

◆신흥국들 불만 해소할까지배구조 개혁을 외치면서도 국제금융기구 총재직을 독식하는 선진국들의 기득권 유지는 이번에도 확인됐다. 유럽이 IMF 총재직을 다시 맡으면서 미국은 세계은행 총재,일본은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 자리를 나눠 갖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신흥국들과 개도국들의 불만 해소가 라가르드 신임 총재의 주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라가르드 출마 초기만 해도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던 중국이 총재 선출 하루 전 지지하고 나선 것은 인민은행 부총재 출신인 주민 IMF 총재 특별고문을 부총재 자리로 끌어올리겠다는 양측의 암묵적 합의가 작용했다는 설도 돈다.

난제는 24개 그룹으로 구성된 이사회의 개혁이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은 독자적인 의결권을 갖고 있지만 나머지는 그룹별로 묶여 의결권을 행사한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으면서도 과다한 대표성을 가진 유럽 일부 국가들이 이사 자리를 신흥국에 양보해야 한다고 미국은 주장한 반면 유럽 국가들은 이에 반발해왔다. 라가르드는 다음달 6일께 자신의 비전과 해법을 제시할 공식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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