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의 IT집중분석] 크롬 노트북 써보니…윈도제국에 대한 '구글의 반란'

웹스토어에서 앱 다운로드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저장
협력사들 동참이 성공 변수
구글 크롬 운영체제(OS)를 탑재한 '크롬 노트북'을 사용해본 소감은 한마디로 '반란'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제국'에 대한 '구글의 야심찬 반란'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윈도에 대한 도전은 MS가 윈도 1.0을 내놓은 1985년 이래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뒤집기에 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맥도 그랬고 리눅스도 그랬다. 구글의 반란은 성공할까.

구글은 지난해 12월 크롬 OS와 크롬 노트북(Cr-48) 시제품을 발표한 뒤 미국에서 공개 테스트를 하고 있다. 테스트용 크롬 노트북을 입수해 1주일 동안 사용해봤다. 크롬 노트북은 일반 노트북과 똑같이 생겼으나 컴퓨팅 방식은 전혀 다르다. 각종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하드웨어에 저장하지 않고 이른바 '클라우드(서비스 사업자 서버)'에 저장한다.
크롬 노트북은 자판 우측 상단에 있는 전원 버튼을 누르면 10초 이내에 로그인 창이 뜨고,G메일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면 바로 접속이 된다. 컴퓨터 바탕화면도 없고 시작 프로그램도 없다. OS를 겸하는 크롬 브라우저만 있다. 각종 기능은 브라우저 우측 상단에 있는 '사용자설정(렌치)'에 들어 있다. 기존 크롬 브라우저와 다른 것은 '옵션' 대신 '설정'이 있다는 것뿐이다.

이 '설정'은 시스템,인터넷,기본설정,환경설정,고급설정,사용자 등으로 나뉘어 있다. 크롬 노트북은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사용자설정의 '인터넷'에서는 와이파이와 이동통신망 중 선택하게 돼 있고,'사용자'에서는 접속자를 특정인으로 제한할 수 있다.

크롬 노트북 또는 크롬 OS의 특징은 앱(응용프로그램) 거래 장터인 '크롬 웹스토어'다. 크롬 노트북에서는 소프트웨어를 웹스토어에서 내려받아 클라우드에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쓴다. 크롬 브라우저에서 새 탭을 열면 화면에 자신이 구입해둔 각종 앱이 뜬다. 전자책,게임,뉴스 앱,사무용 프로그램 등이다. 클릭하면 바로 작동한다. G메일에 접속하면 편지함이 뜬다. G메일 계정으로 로그인했기 때문에 다시 로그인할 필요가 없다. 첨부파일은 구글독스에서 열어준다. '저장'을 누르면 구글독스 파일로 변환해 클라우드에 저장한다. MS의 오피스 파일은 읽기만 지원한다. 문서 작성은 구글독스로 해야 한다. 아래아한글은 현재로서는 쓰기는 물론 읽기도 지원하지 않는다.

클라우드에 저장한 파일을 찾는 방법은 두 가지다. 구글독스 파일로 변환해 내려받은 파일이나 구글독스에서 작성한 파일은 구글독스 화면에서 찾을 수 있다. 문서,사진,동영상 등 파일 형태별로 찾을 수 있고 가나다순으로 찾을 수도 있다. 인터넷에서 그냥 내려받은 파일은 클라우드 저장함에 들어 있다. 저장함은 '컨트롤+J'를 누르면 나타난다.

크롬 노트북에서는 클라우드에 저장하기 때문에 노트북을 분실해도 데이터까지 잃지는 않는다. 껍데기에 불과한 노트북만 분실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다른 크롬 노트북으로 접속하면 이전 노트북으로 접속했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 나타난다. 북마크바에 지정해둔 사이트도 그대로이고 브라우저 바탕에 깔아놓은 앱도 그대로다. 소프트웨어 버전을 올릴 때마다 내려받을 필요가 없고,백신 프로그램을 갱신하지 않아 문제 되는 일도 없다. MS 윈도는 인터넷이 확산되기 전에 등장한 OS로 속도나 보안 등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 예상대로 클라우드 컴퓨팅이 널리 보급되면 구글의 '크롬 반란'은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전제조건이 있다. 많은 파트너들이 반란에 가세해야 한다.

현재 컴퓨팅 환경은 윈도에 최적화돼 있다. 각종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이 단기간에 크롬 OS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MS의 반격도 예상할 수 있다. MS 역시 클라우드 컴퓨팅에 심혈을 기울여온 터라 마음만 먹으면 반격은 어렵지 않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완벽한 보안이 대전제라는 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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