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설계-50대 실전사례] 은퇴자금이 최우선이다

Q.서울 마포구에 살고 있는 홍기순씨는 현재 50세로 자녀 2명을 둔 중산층 가정에 속한다. 향후 10년 내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퇴직한 후 은퇴할 생각을 갖고 있다. 홍씨는 은퇴 후 노후자금은 물론 현재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 학자금과 결혼 자금까지 마련해 주고 싶어한다. 현재 순자산은 6억원가량,월 소득은 세후 316만원 정도인 홍씨가 이 같은 재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A.몇 년 전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란 광고 문구가 유행한 적이 있다. 은퇴는 50대에게 먼 미래의 막연함보다 당장의 현실이 돼 버렸다. 열정으로 가득했던 40대에서처럼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도전하기보다 이제는 주변을 정리하고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할 때다. 미국의 시인 롱펠로가 했던 말처럼 '노년은 청춘에 못지않은 좋은 기회'다. 지금을 돌이켜 보고 제2의 인생을 본격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일에 묻혀 지내왔기 때문에 막상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막막한 게 현실이다.

현재 홍씨는 자녀 학자금과 결혼자금,은퇴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재무적으로 준비를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역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먼저 홍씨는 재무 목표 가운데 어떤 것을 우선 순위에 둘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최우선 순위는 은퇴자금 마련필자가 볼 때 홍씨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바로 은퇴자금 마련이다. 그에게 남은 시간이 고작 10년 정도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씨가 60세에 은퇴할 때쯤 생활비는 매월 200만원 정도가 필요할 전망이다. 만약 기대수명을 80세까지라고 가정한다면 물가상승률 4%를 반영해 은퇴 시 필요한 총 자금은 약 6억1400만원으로 계산된다.

그럼 현재 갖고 있는 순자산(6억2000만원)을 은퇴시점까지 총자산 수익률 4%로 10년간 운영할 때 약 9억1700만원 정도를 마련할 수 있다. 즉 은퇴자금을 마련하고도 약 3억원가량의 여유자산이 남는다. 이에 따라 자녀교육비나 결혼자금 등 추가적인 재무 목표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홍씨는 주식자산이 전체 자산비중에서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리스크가 큰 개별 주식에 대한 비중이 약 16%로 비슷한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최근 글로벌 위기와 유럽발 재정 위기에서도 나타났듯이 시장이 불안정할 때는 주가가 큰폭으로 출렁거린다. 위험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다. ◆매년 안전자산 비중 늘려야

만약 홍씨가 현재 주식비중을 유지하고 은퇴시점에 위기가 온다면 은퇴자산이 큰 폭으로 축소될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은퇴 전까지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비중을 점차 줄여 나가야 한다.

생애주기 투자법(100-현재 나이=위험자산 비중)으로 보면 현재시점에서 홍씨의 주식비중은 적당한 것으로 나오지만 그의 위험 성향과 은퇴소득 보존,향후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할 때 은퇴 시 비중은 10% 이하로 가져가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은퇴 시점을 10년 후로 본다면 1년에 3%씩 안전자산인 국 · 공채나 예 · 적금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은퇴 전 상환해야

주택담보대출은 이자만 납부하는 방식과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는 장기 분할상환 방식 등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운영하는 게 보통이다. 홍씨는 회사에서의 정년이 다가오고 있는 데다 은퇴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은퇴 전 부채를 모두 상환하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부채를 은퇴 후까지 '0(제로)'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준비자금이 대출이자 비용으로 계속 지출됨으로써 자금 축적을 방해하게 된다. 아울러 은퇴 후에도 소득이 이자비용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또 경기 변동에 따른 이자율 상승으로 인해 비용 증가,부동산 가치 하락 등은 은퇴생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대출 상환을 위해서는 은퇴계획에 맞춰 10년 동안의 상환 계획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상환방법으로는 은퇴 전 매월 원리금을 갚아나가는 장기 분할상환 방식과 이자만 내다가 나중에 주택을 판 뒤 일시에 상환하는 방식 등 두 가지 옵션을 고려할 수 있다. 현재 홍씨가 보유하고 있는 마포구 일대 아파트는 개발 호재와 주거 · 교통 편의 등으로 집값이 오르는 추세이므로 원리금 분할 상환보다는 기존 이자상환 기간을 연장,은퇴 전 주택 매각을 선택하는 편이 유리할 전망이다.

◆간병비 보장은 실손보험이 유리

세상에서 가장 좋은 보험은 바로 건강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 생로병사를 겪게 마련이다.

홍씨도 은퇴기간 중 간병비의 지출이 예상되므로 이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 은퇴 이후의 질병과 상해로 인해 지출되는 의료비용은 은퇴소득을 크게 줄이기 때문에 향후 건강이 회복된 후 곤란을 겪을 수 있다. 홍씨의 경우 현재 지인들을 통해 가입한 보험상품들은 상해보험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추가적인 간병비를 준비해야 한다. 현재 보험회사별로 갖가지 건강보험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은퇴 이후 간병비 목적의 보험으로는 생명 · 손해 보험사에서 판매 중인 민영의료비보험(실손보험)이 가장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실손보험들은 대체로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및 비급여 항목에 대해 입원 시에는 5000만원,통원할 경우 월 30만원 한도 내에서 본인 치료비의 90%까지 보장해 준다. 홍씨의 경우 미확인 지출금액(6만원) 정도 범위 내에서 실손보험에 가입할 경우 저렴한 비용으로 노후 간병비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은퇴,50대에 준비해도 늦지 않다

얼마 전 은퇴에 대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퇴를 '두렵고 외로운 것'이란 선입관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은퇴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기 때문에 이 같은 조사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닐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격언처럼 은퇴준비는 50대에 시작해도 결코 늦은 게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철저히 계획하고 실천한다면 제2의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보낼 수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도움말=김준호 한국재무설계 국제재무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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