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李대통령 "북한 핵포기 의지 보이면 서울회의에 초대"

● 2012년 회의 유치

G20 이어 '안보 G50'까지…한국 글로벌리더로 부상
오바마 전화걸어 개최권유…한반도가 핵없는 세상 '첫걸음'

지난 1일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 감축을 추진하더라도 한국에 '핵 우산'을 제공한다는 공약에 변함이 없다는 말을 하면서 2차 핵안보정상회의 유치 의사를 타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는 역사적 의의가 크다. 비핵화 원칙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2년에 한 번 열고자 한다"며 "차기 회의를 한국이 개최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대통령은 흔쾌히 수락했다. 2012년 2차 핵안보정상회의의 한국 유치는 지난 9일 셰파(사전교섭대표) 간 회의에서 공식 확정했으나 오바마 대통령의 전화 한 통화로 이미 결정이 난 셈이다.


◆오바마 "한국의 국제 리더십 반영"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이 자신이 주도한 핵안보정상회의를 이어갈 적임자라고 판단，다른 유치 희망국들을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 유치 사실을 공식 발표하면서 "이는 한국의 역내 및 국제적인 리더십을 반영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북핵 문제가 걸려 있어 '핵 없는 지구는 핵 없는 한반도'가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 미 정상 간 깊은 신뢰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얘기다. 통상 폐막식 때 차기 개최지를 발표하는 관례를 깨고 오바마 대통령이 1차 회의 첫 세션을 시작하자마자 한국 개최 사실을 발표하는 이례적인 방식을 택한 것은 두 정상 간 우정을 잘 설명해준다. 이 대통령은 유치 확정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2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이어진다면 인류의 꿈인 핵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첫출발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 유치의 의미는 적지 않다. 이번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는 전 세계 47개국과 3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했다. 2차 회의에는 이보다 많은 국가들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국제회의 중 정상 참석 규모로 최대다. 오는 11월 열릴 예정인 경제 분야 G20 정상회의에 이어 '안보 G50 회의'까지 개최하는 셈이다. 한국이 경제 · 안보를 아우르는 글로벌 위상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2012년이라는 시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국과 미국，러시아가 대선을 치른다. 중국도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임기가 끝난다. 북한은 강성 대국 달성을 공표한 시점이다. 매우 중요한 시기에 각국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우리 주도로 핵안보 문제 대처 방안에 대한 틀을 확고히 해놓는다는 의미가 있다. 원전 세일즈의 기반을 확고히 하는 소득도 올릴 수 있다.

◆북핵 해결 전환점 되나

이 대통령은 "북한이 2011년，2012년 2년 동안 6자회담을 통해 핵을 포기할 확실한 의지를 보이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면 기꺼이 (2차 회의에) 초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문제는 아마 50개국 정상들의 논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핵 위협 대상국에 북한이 들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2012년 서울 회의 초청 대상일 수 있지만 핵 폐기가 우선이라는 전제를 확실히 달았다. 그럼에도 북한이 당장 핵 포기와 관련한 제스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을 미국의 핵공격 배제 대상에서 제외한 데 대해 북한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6자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 도출 여부에 따라 북한 초청 문제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